가을 여행.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여행.

 

  문학관의 소식지를 받아들고 읽어보는 일.

 

  읽어보며 상상 속에서 문인들과 문학과 함께 거니는 일.

 

  한 번쯤은 세상의 잡다한 일상을 잊고 문학과 함께 지내는 일.

 

  이만한 가을 여행도 할 만하다. "문학관 74호"를 받아보았다.

 

  우선 서울여행을 한다. 근대문학 속에 나타난 서울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광수의 '무정', 이태준의 '달밤', 이상의 '날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범선의 '오발탄'에 나타난 서울이다.

 

지금은 많이도 변했지만, 소설 속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금 서울을 걷는 것도, 서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이제 세월이 흐르면 다시 더 깊어진 서울이 문학 속에 나타날 것이고, 다음 세대는 문학 속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들을 읽으면서 서울에 층층히 쌓여 있는 서울의 모습, 서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문인은 시인 '최승범'이다. 사실 잘 들어보지 못했으나, '고하 문학관'이라는 자신의 문학관을 지니고 있는 시인이니, 우리 문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인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모르던 문인을 이런 책자를 통해서 알게 되고, 또 최승범의 장인이 신석정이라는 사실, 그리고 시인 장만영이 신석정과 동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승범 시인이 전라도, 그것도 전주에만 머물러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또 그가 시조를 쓰는 시인이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조는 아직도 창작되고 있는 전통적인 우리 문학임이 확실하니, 이렇게 '문학관 74호'을 통해서 그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에 작품집 표지에 담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품집 표지, 요즘이야 북디자이너도 있고 해서 다양하나 그다지 특색없는 표지들이 대세를 이루지만, 예전에는 화가와 합작해서 표지를 만들었다는 것.

 

구상의 '초토의 시'라는 시집에서 이중섭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화가들의 그림을 문학 작품에서 삽화로 종종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문학과 미술의 교류 관계를 보게도 되고...

 

이런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삽화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적어도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이 보는 교과서라면 삽화는 최고의 삽화여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마지막으로 신동엽 문학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충남 부여에 있는 신동엽 문학관. 부끄럽게도 신동엽 시인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아직 신동엽 문학관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렇게 책자를 통해서나마 신동엽 문학관을 가본다. 언젠가는 반드시 상상이 아닌 몸이 직접 가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신동엽 문학관을 건축한 사람이 승효상이라니... 임옥상의 설치미술까지 있다니... 꼭 가봐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된다.

 

가을, 온갖 미디어 홍수 속에서, 축제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일이다.

 

이번 "문학관 74호"에 실린 정여울의 글처럼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것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하는 가을 문학 여행... 작은 소책자를 통해 넓게 깊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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