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 그때 그 시절... 노래와 함께 걷는 서울의 추억 서울의 풍경들
이영미 지음 / 예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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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우용이 쓴 "서울은 깊다"라는 책이 자꾸 생각났다. 서울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도시인지를 역사학자의 눈으로 보여준 책이 "서울은 깊다"라면, 이 책은 대중예술을 연구하는 사람답게 노래로 서울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켜켜이 쌓여 있는 역사, 문화, 삶을 노래를 통해서 다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 한 장소를 이루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장소에는 사람과 시간과 온갖 유형, 무형의 것들이 모두 함께 하고 있다. 그것들이 동시에 존재하든 시간 순서를 두고 존재하든 한 장소에 존재함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이런 시간성과 다양성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그 장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서울토박이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강북에서 태어났고 자랐지만, 지금은 지방에 살고 있듯이, 강남에서 태어나 강남에서 자라고 강남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물론 존재하겠지만, 이들에게는 왠지 '토박이'란 말을 붙이기가 꺼려진다.

 

토박이란 말에는 그 말에 따르는 어떤 역사, 깊이, 문화, 사람들이 함께 하기 때문인데... 어쩌면 '토박이'란 말에는 촌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도 서울은 고향이다. 빌딩 숲과 자동차 흐름과 콘크리트만이 이 주된 기억으로 남을지라도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는 이곳은 고향이다. 비록 '토박이'란 말을 잘 쓰지 않게 되더라도.

 

'토박이'들이 사라져가면 장소의 깊이도 더 깊어지지 않는다. 그 깊이에 머물다가 자꾸 채워져 깊이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드는 강남이다.

 

이런 반면에 강북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도 같은 서울임에도 '토박이'란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이영미 역시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1950-60년대쯤에 강북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아파트나 빌딩숲은 친숙한 공간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골목, 흙, 개울, 한옥이 친숙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들이 지금의 강남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서울토박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골스러움, 촌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의 일에 불과하고.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서울을 노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서울이 어떻게 노래에 등장했고, 어떻게 변모해갔는지를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놀라움의 대상이었던 서울이, 외국 취향의 욕구를 대변했던 서울이, 반대로 그것을 성취하자 이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서울생활로 바뀌어가더니, 어쩔 수 없는 서울의 모습, 서울 생활의 환희를 보여주는 노래들이 나오다가, 서울의 복잡한, 살기 어려운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그런 노래의 변천사.

 

대중가요(민중가요도 가끔은 나오지만 대중가요에서 다룰 수 없었던 내용을 이야기할 때만 나온다)를 통해 사람들의 의식과 욕망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일종의 미시사라고 할 수 있는데,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서울의 깊이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다.

 

여기에 시대순으로 서울을 노래하는 노래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서울의 변화와 사람들의 생활양식의 변화, 그리고 노래에 나타나는 의식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역시 서울은 깊다. 건축적으로 서울을 살펴도 그렇고, 역사적으로 살펴도 그렇고, 이렇게 노래로 서울을 살펴도 그렇다. 이 깊이가 서울을 좀더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들었으면 더 좋겠는데... 서울의 깊이를 알면 함부로 깊이를 없애는 정책을 펴지는 않을테니,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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