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학교의 눈물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마음이 답답해지는 책이다. 학교에 관한 책이라면 사실 마음을 편하게 하기보다는 더 불편하게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세상에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배움의 고통만을 안고 지내는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고통이 즐비한 학교에서 조금이나마 탈출구를 마련하는 일은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면 안 되지만, 전두엽이 덜 발달한 청소년기에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아주 작은 차이로도 배제시키고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위안을 삼는, 고통 속에서 서로 연대해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게 되는 모습.

 

학교 폭력은 과연 사라졌는가. 이 책이 나온 것은 2013년. 그때만 해도 학교 폭력은 심각했다. 아니 지금도 심각하다. 오죽하면 학교에 전담경찰관제도가 있고, 배움터 지킴이라고 하여 전직 경찰관 출신이나 교사 출신들이 상주하고 있겠는가.

 

또 웬만한 폭행사건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하게 되어 있으니, 이것들만 봐도 학교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심각한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만능주의가 횡행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거는 학부모들이 비일비재하다.

 

일각에서는 학교 폭력이 변호사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제는 학교 폭력은 학교를 떠나서 법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다.

 

법이 교육에 우선하는 시대, 그럼에도 학교 폭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욱 음성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방송으로 내보냈던 것들을 그 시작과 과정 결과들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 폭력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뿐만이 아니라 방송에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또는 학교 폭력에 가담한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학생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의 사례들까지, 또 학부모가 해야 할 일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학교 폭력에 관한 종합적인 사례을 알려주고 예방할 수 있는 예방 지침서라고 할 수가 있는데, 문제는 이 책을 읽어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학교를 없애면 학교 폭력이 사라진다고나 해야 할까.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학교 폭력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이 심해지는 사회는 빈부격차가 큰 사회다. 빈부격차가 크다는 말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 지수가 높은 사회라는 뜻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공동체라기보다는 다른 계급에 의해 불평등하게 유지되는 사회라면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대화나 타협보다는 폭력과 강압이 먼저 나올 뿐이다.

 

그러니 답답할 수밖에.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특히 정치권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그것이 쉽지 않음은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 예방이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또 그렇게 교육 정책을 짜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실험한 학교는 '소나기 학교'라고 해서 8박9일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섞어 함께 지내게 하면서 치유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했다.

 

이를 학교에서 응용하면 되는데, 이 '소나기 학교'와 다른 점은 소나기 학교는 교사 수가 학생 수보다 많았고, 학생 수가 14명으로 아주 적었지만, 대다수의 학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작은 학교를 폐교처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교사와 학생 간 신뢰관계를 확립하는 거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허튼 행동을 하지 못한다. 교사와 학생이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또 규칙에 얽매인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남을 이룬다면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자존감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하고, 비폭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는 집안의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일이 선행이 되면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한 교실에 20-30명이 앉아 있고, 교사 한 명이 그들과 만나야 하는 구조에서는 학교 폭력이 제대로 예방될 수 없다.

 

또한 입시를 향해 무한히 달릴 수밖에 없는 교육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입시로 인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넘어선다. 이런 스트레스를 엉뚱하게 옆에 있는 만만한 학생에게 풀기도 하는 것이다.

 

내 맘이 편치 않기에, 내 맘 속에 분노와 울분이 가득 차 있기에 누군가가 잘못 건드리기만 해도 그것이 터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학교에 더해서 학원이나 과외로 더해지는 공부까지 문제삼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생존이 문제가 되기에 입시에 목매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학교만 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최초의 책임은 학교가 져야 하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변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만 학교 폭력을 없앨 수가 있다.

 

이래서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학교 폭력을 없애는 길은 참으로 먼 길이라는 생각. 그럼에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 때문이다.

 

여전히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집단 생활을 하는데 그들 사이에 폭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스웨덴 교장의 말을 명심하자.

 

학교 폭력은 학교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막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한시라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사회에서도 누구나 생존을 넘어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 폭력이 줄어들게 된다.

 

'학교의 눈물'이 앞으로는 '학교의 웃음'이 되는 그런 교육, 그런 교육정책, 그런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와 관련이 있을테니, 이 책을 꼭 읽고 현실을 바로보았으면 한다.

 

학교에서는 법보다는 교육이 먼저라는 사실을, 법만으로는 학교 폭력이 해결되지 않음을 명심하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4-15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5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