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시공아트 18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 시공아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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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하면 우선 초현실주의가 떠오른다. 그의 그림에는 이것 저것이라는 구분이 없다. 그의 그림에는 이것과 저것이 하나로 혼합되어 나타난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없는, 기괴한, 기를 쓰고 의미 분석을 해야 하지만, 보기에 그리 싫지 않은 그림들.

 

도무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 존재들이 그림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의 그림은 재현이 아니라 창조다.

 

창조, 그러나 현실에서 벗어난 창조. 그래서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이나 '빛의 제국'이나 감상보다는 해석이 더 필요한 작품들이다.

 

이 책에서는 그래서 마그리트를 철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재현불가능성을 그림으로 나타낸 화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재현불가능성은 삼차원의 세계, 뉴턴적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 세상이 삼차원에만 국한되어 있을까. 유클리드 기하학이나 뉴턴의 물리학을 넘어선 학문들이 나타나 우리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우리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타임머신이 개발이 된다면, 지금 재현불가능한 세계가 가능한 세계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한 공간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상태, 빛의 제국에서 낮과 밤이 함께 있듯이 이 세계와 저 세계가 하나의 평면에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갔다고 치자. 그 조선시대의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타임머신을 탈 당시의 내가 살고 있던 공간과 타임머신을 타고 간 공간은 같은 곳인가, 다른 곳인가.

 

시간을 수직선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시간에 공간이 속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공간은 변함이 없는데, 그 공간에 수많은 시간들이 중첩되어 있는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다면 그 미래의 공간은 어디인가. 바로 지금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공간 아닌가. 이런 의문.

 

그렇다면 이 공간에는 과거의 공간, 지금의 공간, 미래의 공간이 한꺼번에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들이 겹쳐지지 않고 단일한 존재도 인식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다층적인 존재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그런 중층적인 존재의 모습이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시공간이 자꾸 겹쳐지는 장면, 그 장면을 그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럼에도 그의 그림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냥 기묘한 그림, 특이한 그림,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대상을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마그리트에 대한 책인데, 그의 그림을 연대기적으로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지 않고 특성상으로 분류해서 배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배열 덕분에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그림들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많은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마그리트라는 사람의 생애보다는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존재들이 한 평면에 존재하게 그린 그림, 피카소처럼 한 존재를 여러 각도에서 봐서 한 그림에 나타낸 것과는 좀 다르다.

 

마그리트에게는 여러 존재들이 한 장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초현실주의 쪽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본데, 현대 미술은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재현에서 창조로 나아간다.

 

그 전범을 보인 것이 바로 마그리트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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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30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그리트의 그림을 ‘이해할 수 없어서’ 더 좋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림을 계속 보게 만드니까요. ^^

kinye91 2017-03-30 13:0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무언가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좋아해요. 계속 봐도 새롭게 느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