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레핀 -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영혼
일리야 레핀,I. A. 브로드스키 지음, 이현숙 옮김 / 써네스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일리야 레핀'

 

우리나라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화가다. 밀레나 고흐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그림을 여러 책에서 보긴 했다.

 

특히 정지원의 "내 영혼의 그림 여행"에서 레핀의 그림에 대한 부분을 읽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그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전환기의 러시아 현실과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시기가 겹쳐지면서 내 마음 속에 또 머리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그림들은 오래 기억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렇지 이것이 레핀의 그림이었지 하고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특히 여러 번 보았던 그림은 '볼가 강의 뱃사람들'이라는 그림과 '이반 뇌제-자신의 아들을 죽이다'라는 그림, 그리고 '톨스토이를 그린 그림들'이다.

 

상대적으로 러시아가 미술계에서는 그리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그림들은 여러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러시아 그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은 아카데미에 반하여 러시아 민중들의 생생한 삶을 그림으로 푠현해 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그래서 그는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시하는 '이동파'와 함께 하기도 한다.

 

러시아인들의 정신과 삶이 그의 그림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 '터키 술탄에게 편지를 쓰는 자포로쥐에 카자크들'이다.

 

절대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활력, 자신감이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데, 이것이 바로 러시아 민중의 모습이라고 레핀은 생각했나 보다.

 

이런 그의 그림은 전제군주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경탄을 불러 일으키고, 그의 작품으로 러시아인들의 정신이 더 고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레핀은 무엇에 매이지 않고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디디며 그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고자 했던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꼼꼼하게 준비를 했다는 사실, 어떤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 영감을 순간적으로 스케치하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자료조사를 하고, 인물들의 모습을 스케치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고쳐나갔다고 한다.

 

어떤 그림은 그래서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레핀의 그림을 많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1부이다. 그동안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레핀의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그 다음 부분은 레핀의 대표작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을 그리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어서, 그의 그림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 부분은 레핀이 쓴 편지가 나온다. 모두 열 편의 편지인데, 이 편지에서 당시 레핀이 생각했던 그림에 대한 관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레핀이라는 화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화가가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또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현실과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잃지 않은 점, 그것이 훌륭한 작품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레핀의 그림은 많은 검색 사이트에 '일리야 레핀'이라고 치면 나오니, 한 번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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