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 새파랗게 젊은 것과 고집불통 노인네가 모두 당하는 차별
애슈턴 애플화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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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성차별은 많이 이야기된다. 이들을 차별이라고 우리는 명확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이들 차별에 반대하는 역사는 오래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차별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연령차별 반대는 인종이나 성차별 반대처럼 오래 된 운동은 아니지만, 우리들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인권선언에 나이로 인해 차별 받지 않을 것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연령차별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학생이기 때문에 어리다고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말은 많이 듣고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가 먹은 사람들에게 그 나이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

 

경로우대 사상이 워낙 투철한 나라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갈등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너, 나이가 몇 살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넌, 애비 에미도 없냐?' 이렇게 우리는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적은 사람을 누르는 말로 이런 말들을 잘 사용한다. 어린 사람이 주로 차별을 받아온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나이든 사람에 대한 연령차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자리에서. 구조조정의 여파로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여전히 하위계층과 여성이 많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같다면 그 다음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구조조정 일순위에 고령자들이 올라가고, 고령자들은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직장에 취업하기도 힘들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굼떠서 일을 배우는 데도 오래 걸리고, 동작도 느려 생산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형적인 연령차별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 중에서도 이런 사람은 있다. 그것은 나이 탓이 아니라 사람의 특성이다. 개인의 특성을 나이든 사람들이 지닌 보편적인 특성으로 바꾸어 놓고 그 집단에 나이든 사람을 모두 집어넣고 차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령차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에이지즘(ageism)'이다.

 

이  책 6장은 나이든 사람들이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또 일을 배우는데 늦다는 편견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을 하고 있다. (6장, 더 유능한 일꾼이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이 일을 하면 젊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얼마나 허구적인지, 오히려 나이든 사람이 일을 하면 할수록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잘못된 생각으로 연령차별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차별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광고이다. 소비자본주의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광고에서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무슨 질병으로 치환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 그것은 병든다는 것과 동의어다. 그러니 '에이징'은 나쁜 것이다. '안티-에이징'을 해야 한다. 여기에 관한 수많은 약들과 수술들과 음식들이 광고에 넘쳐난다. 이들은 연령차별을 대놓고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물건을 판다. 돈을 번다.

 

여기에 현혹되어 따라가다보면 삶에서 자연스레 연령차별을 익히게 된다. 몸에 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어머, 나이보다 젊어보이시네요!'라는 말을 칭찬으로 한다. 이 말이 대표적인 연령차별 말이라는 것을 모르고.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은,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연령차별에 관한 말들, 행위들을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왜 연령차별인지,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예를 주로 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그리 먼 얘기는 아니다. 우리 역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인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노인 문제라고 하는 것 역시 연령 차별일 것이다.

 

노인 문제가 아니라, 빈곤 문제, 복지 문제, 노동 문제, 교육 문제 등등이라고 불러야 하고, 이는 모든 세대에 아울러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특정한 나이 대에 속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꼭 집어서 표현하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연령차별의 순간인 것이다.

 

나이는 누구나 드는 것이고, 그 나이를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나눠서 집단에 사람들을 가둘 수는 없다. 100세가 된 사람이라면 그들이 똑같은 특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 하나하나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세들끼리의 공통점도 있겠지만, 10세들과 100세들의 공통점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연령차별을 벗어나는 관점이 된다고 한다.

 

뇌, 건강, 성, 일자리, 공동체 등등 삶과 관계된 많은 분야에 걸쳐 잘못 퍼지고 있는 연령에 관한 차별을 고찰하고, 그것이 왜 잘못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책이다.

 

마찬가지로 나이든 사람이 모두 지혜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연령차별이다.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나이를 떠나 사람의 특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이를 앞에 놓는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앞에 놓는 표현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연령에 따른 차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다. 나도 모르게 했던 말들이 연령차별에 속하는 경우를 이 책에서 발견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권이란 너무도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것, 정말로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가 당연히 불편해야 하는 일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주로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연령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꼭 나이든 사람에 대한 책만은 아니다. 연령차별은 나이 적은 사람도 많이 당하니까 말이다. 경험이 없다고, 지혜가 부족하다고, 너무 혈기왕성하다고... 이게 꼭 나이 적은 사람만의 특성일까? 이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사람의 특성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렇게 누구나 읽고 연령차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글이다. 예전 어떤 정치인이 노인들은 투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전형적인 연령차별이다. 이는 청소년은 판단력이 없으므로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청소년 모두가 판단력이 없는가? 아니다. 이와 같이 연령차별은 나이가 적든, 많든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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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2-25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조직생활을 해보면 말씀하신대로 나이많고 유능한 사람, 젊고 무능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젊지만 통찰력있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많지만 그냥 나이만 먹은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같은 나이에 노안이지만 동안보다 유능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나이보다는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습니다만 연령차별은 그 뿌리가 깊고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보다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있는듯 합니다. 오히려 나이먹은 사람의 경우 젊은사람들의 자리를 뺏는다는 생각에 더 소극적으로 되는것 같구요. 이문제 역시도 세대간에 싸울 문제가 아니라 이를 해소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kinye91 2016-12-25 17:38   좋아요 2 | URL
세대간에 싸울 문제가 아니라 이를 해소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저 역시 동의합니다. 연령차별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더 문제가 되는데요, 이 책에 나와 있듯이 나이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지 않는다는 것, 그런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자리 나누기는 일하는 시간 조정 등을 통해서 가능할 것 같은데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