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다려지는 책이다. 이번 호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나도 궁금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니, 오면 반갑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지만, 한달음에 읽고 싶기도 한 책이다.
너무도 근본주의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근본주의는 우리가 기본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 아니겠는가.
세상이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 종말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 그래서 우리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바꾸지 않으면 종말이 기어코 오고 말텐데, 어찌 근본주의적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근본주의와 극단주의는 다르다는 점 명심하자)
어떤 사람들에게 녹색평론이 마치 '카산드라의 예언'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카산드라의 예언은 비록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 그렇지 그 예언은 모두 맞는 예언이었다는 사실.
녹색평론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들은 예언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예측이라는 것, 그 예측이 빗나가게 하는 일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라는 점.
예측이 된다면 예측대로 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자율성이고, 인간의 힘 아니던가. 그런 자율성과 힘을 찾으라고 촉구하는 책이 바로 녹색평론이다. 결코 녹색평론은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이번 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달고 있다.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다가 소강상태가 되다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쏙 들어가 버리곤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금은 개헌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는 인식을 한다.
87년 헌법이 이제는 시효가 만료되었다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는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도대체 수많은 사표(死票)들을 발생시키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고? 기득권 세력들의 힘에 밀려, 그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전락해버린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개헌은 필요하다. 단지 대통령제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지금 시대적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헌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번 호 좌담에서 개헌을 할 수 있는 주체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밖에 없는데, 둘 다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 아니던가.
위임받은 권력이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데, 정작 권한을 위임해준 국민들은 개헌을 발의할 수도 없다니, 이게 무슨 주권을 지닌 국민인지...
그래서 개헌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국민들이 참여하지 않고 87년처럼 몇몇 소수만이 참여한 개헌은 하나마나한 개헌이라고,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번 호에서 말해주고 있다.
전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그것이 바로 국민이 주권을 가진 주체로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떻게 개헌 논의가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지만, 녹색평론에서 최소한 개헌은 국민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즉 국민이 주체가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방향성은 제시했으니...
개헌말고도 이번 호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은 '사드'와 '쿠바'다.
'사드'는 우리가 미국의 입김하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보는데, 과연 '사드'가 우리나라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 또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논의 자체가 거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어서 사회 갈등을 일으키고 있음을, 단지 사회 갈등뿐만이 아니라 외교 갈등까지 일어나고 있음을 여러 글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드'에 관한 글이 이번 호에 네 편이 실렸다)
이런 '사드'와 반대편에 있는 글이 바로 '쿠바'에 관한 글이다. 미국의 바로 아래에서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나라를 유지해 온 쿠바. 의료천국, 유긴농, 도시농으로 식량문제 해결, 쿠비에 맞는 민주주의로 자주국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쿠바에 관한 글이 세 편 실렸다. 읽어볼 만한 글들이다.
한 편 한 편 읽으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읽는 눈을 키울 수 있는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