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캐슬린 배리 지음, 정금나.김은정 옮김 / 삼인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여성주의라고 할 수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그들마다 주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매춘이 아닐까 싶다. 매춘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페미니즘 진영도 갈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착각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춘에 관해서는 페미니즘 집단 내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니)

 

한 때 여성들이 성매매 하는 것을 성노동이라고,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노동자라고 하고, 그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노동력(?)인 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니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여성 성노동자가 자신들도 노동자라고 성노동을 인정하라고 얼굴을 가리고(가릴 수밖에 없다) 시위를 하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폭행이나 착취가 아니니 이런 경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자신의 몸을 파는 길 이외에는 도무지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그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각을 하기도 했다?에서 그쳐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자유의지로 하는 행위인가? 공동체의 선을 해치는 개인의 자유가 과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성을 파는 행위는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는 행위는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인격, 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테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대다수의 사람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이런 환경을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몸이, 성이 상품이 되면 이것이 다른 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즉 광범위한 성의 상품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런 성의 상품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나 국가, 또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춘이 일어나는 이유는 구매자가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매춘활동을 한 여성은 처벌을 받았어도 성을 구매한 남성이 처벌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으며, 매춘 활동을 강제한 포주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음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자유의지로 인한 매춘을 허용한다는 논리는 구매자의 욕구를 그대로 따르는 논리일 수 있고,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무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더하여 성의 상품화는 곧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게 만들 가능성이 많으니, 그야말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거의 400쪽에 걸쳐 성의 상품화를 비판하고, 그런 사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는 것, 그리고 성을 구매하는 사람을 먼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 그것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던 점... 우리나라 사례도 참 많이도 나온다는 것. 그 유명한 기생관광에 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이런 매춘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부끄러움.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작자들이 툭하면 성희롱, 성추행을 하고 있는 현실은 그들의 의식 속에 이러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부끄러움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두 가지, 그것만은 명심하자.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 그것은 사회적 선(善)이 아니다. 그 다음에 성판매자보다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더 엄격해야 한다. 구매가 있으니 판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는 대부분 판매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처벌에 관대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성매매, 이건 없앨 수 있는 일이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면서 참 많이도 부끄러웠던 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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