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케이팝읽기 - 케이팝과 함께하는 공쌤의 문학 수업 이야기
공규택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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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우리나라 노래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냥 대중가요라고 해도 될 말을 굳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에 케이팝이라는 외국어로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 말이 더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중가요에 영어가 안 들어간 가사가 거의 없고, 대중가요라는 말이 무언가 조금 노래를 낮춘다는 느낌이 있다면, 영어로 읽는 케이팝이라는 말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또 세계화 시대에 우리 가요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데 그 이름이 한국의 대중가요를 줄여서 케이팝이라고 하니, 이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에서 별다른 고민없이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교육현장은 현재 시류를 교육에 반영하기도 해야 하겠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류를 거스르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케이팝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전국적인 열풍이 몰아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장래희망이 바로 연예인, 특히 아이들 그룹의 멤버가 되는 것 아니던가. 그런 열망을 교육에 잘만 접목한다면 좋은 교육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책은 그 점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학과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 특히 교과서에 실린 문학은 과거의 문학, 아이들에게는 고조선 문학이든 조선 문학이든, 근대문학이든 거의 같은 수준의 과거 문학에 불과한 것.

 

과거 문학이라 함은 아이들 마음에 와 닿지 않고 오로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학습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시험을 위한 학습 노동, 아이들에게는 공부도 노동에 불과한데... 이렇게 노동에 혹사당하다 보면 문학이 정서를 순화하고, 미적 감수성을 계발하며 등등 하는 판에 박힌 좋은 말로 치장된 학습 목표는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학교 교육을 마치고 나면 과연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문학 작품을 찾아 읽을까? 문학의 위기 운운 하는 지금 시대는 어쩌면 이런 교육의 결과가 아닐까?

 

문학에서는 멀어지는 아이들이 대중가요에서는 멀어지지 않는다. 케이팝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 케이팝을 듣고 부르는 행위는 노동이 아니다. 놀이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다. 언제든지 듣고 부르고 즐기고 싶어한다.

 

우리나라 문학도 이렇게 할 순 없을까? 문학도 예술의 한 갈래인데, 케이팝과 통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있다. 통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너무도 비슷하다. 아니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고대가요라고 하는 서동요, 제망매가, 게다가 한시까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문학작품을 케이팝과 비교하면서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고, 공감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수업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수업 사례들이 너무도 많이 실려 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케이팝과 어른들에게 친숙한 문학작품을 연결해주고 있는 이 책. 한 때 유행했던 아이유의 '좋은 날'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반어'라는 틀로 연결해주고, 이 부분은 특히 이 책의 서술과는 반대로 아이유의 노래를 이해시키기 위해 현진건의 소설을 예로 들고 있으니.

 

가장 현대적인 케이팝과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는 근대문학이 이렇게 공통된 정서를 지니고 있고, 이렇게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문학 작품을 문학 작품으로만 두고 읽게 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과 연계해서 볼 수 있는 자세를 지니게 될 수 있으리라.

 

문학이 어렵다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식의 접근, 우리가 흔히 중얼거리는 노래와 문학이 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하고, 그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책을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많은 문학 작품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케이팝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으므로...

 

덧글

 

그런데... 이 책 읽어가면서 이 책의 주요 독자를 교사로 한 것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학생들을 주요 독자로 선정해 학생들이 읽으면서 아, 이렇구나, 이렇게 통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서술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학생을 주요 독자로 선정해 썼더라도 교사들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수업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주요 독자였다면 이 책을 읽고 문학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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