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여성작가 대표 소설선 59클래식Book
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더스타일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13명의 라틴아메리카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은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라틴아메리카라는 특수성. 우리가 흔히 남미라고 하는 이 나라들, 흔치 않은 역사의 굴곡을 경험한 나라들이다.

 

식민지에서부터 독재정권까지 험난한 현대사를 겪어온 나라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들. 이 중에서 코스타리카는 군대까지 없앤 나라이지만, 아직도 정치적, 군사적 갈등을 겪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그런 역사적 상황들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이 책의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소설에서는 이런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이 집약되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여성 작가들이라는 사실. 요즘은 여류작가란 말을 붙이진 않지만, 남녀 차별이라는 말을 떠나서 남녀의 감수성에 차이가 있고, 시대적 상황을 겪어나가는 과정과 그를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이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 책의 첫번째 소설인 "복수"를 보아도 여성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그 고통을 자신의 온몸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잘 나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여성들의 시각에서 본 라틴아메리카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작품인 "훌륭한 어머니처럼"을 보면 여성이 가정에서도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육아라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은 일임을, 육아에 빗댄 사회생활이라면 여성에게는 남성보다는 더한 짐들이 있음을 우리에게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세 번째는 단편소설이라는 점이다. 단편소설은 우선 짧은 분량으로 읽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사건이 다양하지 않고 등장인물도 적어서 읽을 때 책장의 앞뒤를 다시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짧기에 역사적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표현하기는 힘들다. 다만, 특정한 사건 속의 인물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에 대해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그냥 직접적으로 사건으로 들어간다. 그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충분히 그 상황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낼 수 있다. 단편소설이 지닌 묘미가 잘 나타나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알면 짧막한 단편소설이지만, 더욱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여성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이다. 열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실려 있어서 한꺼번에 새로운 문학을 접하는 경험을 하게 되어 좋다.

 

결국 문학은 삶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우리나라는 비슷한 역사적 경험, 식민지, 독재정권을 경험했으니, 이 소설들이 꼭 남의 나라 이야기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역할도 해주고 있으니, 이래저래 읽어볼 만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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