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쟁 -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심용환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가 이 책의 부제다. 얼핏 떠오르는 대답은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록, 보관,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이 정통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서 명확해진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권력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다. 만약 권력이 원하는대로 역사가 기록이 되었다면, 지금 인류의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어느 시대곤 사실을 사실로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역사는 지속적인 투쟁이 이루어지곤 했다. 군왕 중심의 사회였던 조선시대만 해도 실록을 둘러싸고 왕과 사관이 갈등을 벌인 일이 있지 않은가.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 실록 아니던가. 왕이라는 절대 권력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만들어놓은 그 목숨을 건 투쟁.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이 비록 왕 중심의 역사라지만, 그 왕대에 일어난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역사의 힘이고, 이런 역사의 힘은 사실을 기록하는 데서 나오고, 그 사실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그렇기에 역사 기록을 두고 기존의 권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 진실을 남기고자 하는 세력들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역사 전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이 책의 제목보다 역사 쿠테타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권력을 쥔 집단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되기 전에 뉴라이트라는 집단이 여러 역사적 문제를 거론하곤 했지만, 정점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있다.

 

이것은 전쟁이라기보다는 국민과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쿠테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역사학자라면 사실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사실을 자기 식으로 해석한다든지, 최소한의 사실 검증도 하지 않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실에 입각해 논쟁이 이루어지고, 그 논쟁을 통해 역사에서 주요한 쟁점들이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일방적인 목소리들만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 목소리가 너무도 크게 울리고 있는 상태고.

 

이런 상태에서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반대를 하고, 국민들도 반대하고 있음에도 밀어붙여 교과서 집필진조차 공개 안 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건 명백한 쿠테타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저자들 명단조차 공개 못한다는 말인지... 시기도 짧아 제대로 검증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하고, 한 나라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라면 충분히 공론이 되고, 검증이 된 다음에 교육 현장에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최소한의 과정도 거치지 않으니...

 

이 책에서 그 교과서의 모습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채택율리 가장 형편없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니 사용할 수 없는 교학사판 교과서를 100쪽이 넘는 분량을 거쳐 보여주고 있다.

 

이 교과서보다는 좋아져야 한다는 기대를 하지만 추진과정을 보면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나아질 조건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민중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면 정권에서도 함부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대로 된 학자들이 자료를 제공해주어야 하고... 지금은 그것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국정교과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 때 이 책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덧글

 

다만, 아주 소소한 오타. 늘 지적하지만 역사를 다룬 책에서는 정말 조심해야 할 년도. 이 책 47쪽에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968)이라고 되어 있는데, 메이지 유신은 주로 1868년이라고 하니... 오타다.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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