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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9
알베르 카뮈 지음, 최헵시바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실존주의 소설의 대표작, 또는 부조리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작품. 솔직히 어렸을 때 읽은 기억으로는 끈끈한 공기, 작렬하는 태양, 제정신이 아닌 듯한 주인공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왜 제목이 '이방인'인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방인이라면 낯선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소설을 아무리 읽어도 낯선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 뫼르소가.
그는 어엿한 직장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도 마찰 없이 어울리고 있는데, 제목이 '이방인'이라면 그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과 주인공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삶을 살고 있지만 남들처럼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통해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추구하게 하는, 우리 삶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온갖 복잡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살아가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설을 보면 죽음을 통해서 삶에 대한 찬가, 행복에 대한 찬가(144쪽)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하는데... 사형집행을 앞에 두고, 사제와 벌인 일들, 그리고 마지막에 깨달은 것.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려면 내게 남은 소원은 오직 하나, 내가 덜 외로워하도록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그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와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137쪽)
아마, 이 구절에 이 소설의 핵심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나와 세계가 닮아 있다는 얘기는 세계가 어떤 해석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또 다른 존재를 의식하면서 존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듯이 자신도 삶을 그렇게 살아 왔다고...
그러니 도덕에 얽매인 사람들, 남들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낯선 '이방인'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과 자신은 공존할 수 없으니 자신의 사형집행 때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삶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얼마나 낯선 사람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이 소설은 1부가 필요하다. 어머니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처하는 그의 행동, 그의 주변 사람들과 그들과 어울리는 그의 모습.
그는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낯설게 보고,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 자신의 삶 속에, 자신의 생각 속에 갇혀 있다.
이 갇혀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 바로 2부다. 재판과정을 통해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다른 사람들은 세계(즉 자연으로서의 세계다)를 도덕, 인과관계로 해석하고, 그 틀 속에 규정지으려고 하고, 그 틀 속에서 살려고 하는 반면에, 뫼르소는 그를 부정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이방인'에 해당하는 것이 뫼르소이겠지만, 뫼르소가 총을 쏘아 죽인 아랍인은 더 이방인이다. 그는 뫼르소에게 이방인이고, 또 뫼르소와 가까이 했던 사람들에게도 이방인이다. 그들의 행동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뫼르소나 그 친구들은 자신들의 처지에서 해석하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니 그도 이 소설에서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함께 어울릴 수 없으므로)
그러니 그는 규치적이고 정리된 세계에 맞지 않는 '이방인'이니 추방당해야 한다. 그 추방은 사형 선고로 표현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방인'은 추방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가 증오로 가득찬 함성을 기대하는 것은 그런 점을 깨달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결국 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뫼르소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토록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라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함께 어울리기 위해선 닫힌 존재로 살아가지 않고 열린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은 서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또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왔을 때 '이방인'으로 온다. '이방인'들이 '이방인'들과 어울려 한 세상을 사는 것이다.
아랍인에 대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 '이방인'을 통해 삶을 '이방인'처럼 살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방인'의 존재 곱씹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