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와 문학치료
조은상 지음 / 월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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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냥 당연하게 여기던 일을 책을 통해서 읽게 되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했음은 고금을 통한 진리였는데, 왜 좋아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이야기를 통해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에는 인식과 행동변화가 수반하는데, 인식은 우선 간접경험을 통해서 등장인물의 행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옛이야기를 보면 지금 생각해 보면 인권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 많다. 계모를 죽이거나, 남의 옷을 훔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거나 하는 등 요즘으로 말하면 절도, 사기, 살인 등에 해당하는 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럼에도 그런 일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겪는 일에 자신을 동화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고,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면 자연스레 행동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의식하지 않아도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옛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옛이야기를 어렸을 때 그토록 들려주고, 또 좋아한다.

 

그냥 즐기면서 자신을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고, 남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학의 발전은 인간의 심리를 치유하는데 예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문학치료(시치료, 소설치료, 수필치료) 등이 정신치유학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독서치료, 또는 문학치료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인정해 왔던 문학의 효용성을 의학에 접목시켜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해 가는 과정이 지금까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옛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옛이야기에 나타난 서사(이야기)를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다시 바꾸어보고, 바뀐 글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보면서, 그 글에 나타난 자신의 심리를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글에 나타난 자신의 심리를 발견한다면 그 다음 치유는 쉬워진다. 알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니, 옛이야기를 고쳐쓰거나, 이어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발견해 내도록 하는 것은 마음치유의 첫걸음에 해당한다.

 

여기에 옛이야기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고 고치는데 옛이야기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옛이야기를 가지고 상담한 결과들이 잘 나타나 있다. 우울증이나 부모-자식 관계, 부부 관계 등에 대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과정이 나타나 있기에, 읽으면서 자신이 옛이야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비교해보면 자신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객관적으로 살피지 않더라도 다시 한 번 옛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는 활동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읽기만 해도, 옛이야기에 나타난 인물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얻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주 어릴 적 들은 옛이야기들이 그들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은 다시 읽으면서 그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이야기와 사례가 나오는데, 다 읽지 않아도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옛이야기만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그냥 재미로, 굳이 무언가를 찾는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어른이라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실 옛이야기는 아이들 때 읽어주면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그 이야기를 저장하고 있다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으로 자연스레 바꾸게 되지만, 어른들은 다시 읽음으로써 숨어 있던 옛이야기 속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의식하지 말고 한 번 읽어보자. 읽고 어떤 생각이 들면 그때 더 생각하면 된다. 그럼 이 책은 자신의 제목에 맞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옛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콩쥐팥쥐, 효 불효 다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아기 장수, 여우구슬, 옆질러진 물, 구렁덩덩 신선비, 도량 넓은 남편

 

이렇게 여덟 편이다. 어떤가?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이 이야기를 다시 읽고 생각해 보자. 혹, 더 깊이 생각하고 싶으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그러면 이 옛이야기 속 문학치료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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