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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 최두석 서사시
최두석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0년 9월
평점 :
이산가족 상봉이 끝났다.
한 해에 한 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앞으로 언제 열릴지 모르고, 또 한 번 만났던 가족들은 만나자 이별이라고, 한 번의 짧은 만남이(몇십 년을 헤어져 있었는데, 겨우 2박3일 만나고 또 헤어진다) 영원한 이별로 끝나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눈물바다. 오직 그것뿐이다. 이 눈물들이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강물에 보태어 헤어짐을 더 영원하게 만든다.
임진강.
분단의 상징인 강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냥 헤엄쳐서 건너갈 수도 있는 강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대로 건너서는 안 되는 강. 북쪽에서도 절대로 건너서는 안 되는 강.
분단. 이것은 영원한 헤어짐이다. 이런 헤어짐을 없애는 길은 통일에 있다. 통일, 그것도 무력에 의한 통일이 아닌 평화통일.
함께 웃으며 손잡는, 그런 임진강에서 함께 헤엄치는, 함께 물고기를 잡는, 함께 잡은 참게들을 함께 웃으며 먹을 수 있는 그런 통일.
하지만 아직도 통일의 길은 멀다. 말로는 '통일, 통일' 하고 있는데, 어째 말로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실질적으로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런데 사람들은 알까? 이 임진강을 헤엄쳐서 건넌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자신이 만든 통일방안을 들고 북한으로 넘어갔던 사람이 있었단 사실을.
그가 북한에서 다시 남한으로 넘어와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이 위태로와지면 그를 간첩으로 몰아넣곤 했다는 사실을.
그런 그의 이야기가 시로 써졌다는 사실을 알까? 최두석의 이 시집 "임진강"을 예전부터 읽고는 싶었다.
읽고 싶었음에도 어찌어찌 때를 놓치고, 200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시집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었는데, 다시 발간이 됐단다.
여기에 '종북 콘서트'라고 재미교포 신은미씨의 이야기 현장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직도 우리나라는 임진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 시집을 구해 읽었다.
시집은 김낙중이라는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냥 읽으면 그가 젊은 시절에 어떤 경험을 했고,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쓴 "굽이치는 임진강"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 책은 406쪽에 달하고 또 지금은 구하기도 힘들테니, 이 시집을 읽으며 통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려고 했던 사람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김낙중, 김남기 지음, 굽이치는 임진강, 삼민사.1985년 초판.>
아직도 임진강은 남북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벽을 더 쌓고 있다.
이 벽을 없애는 길... 그것이 평화통일의 길인데, 그 길을 앞서 간 사람의 이야기를 시로 읽는 재미를 이 시집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그래서 임진강에 분단의 눈물, 이산의 눈물이 더이상 보태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