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빌린 시집.

 

두꺼비집을 내려놓으면 정전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어둠이다. 그런 세상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캄캄하다.

 

이 제목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정치권을 보면 두꺼비집이 내려진 상태다. 도무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기가 통해서 소통이 될텐데... 암전, 정전.

 

누군가 다시 두꺼비집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다 '발톱'이라는 시를 보게 되었다.

 

우리 신체 중 가장 밑에 있는... 조금만 길다 싶으면 사정없이 깎아내 버리는.

 

동물들에게는 이 발톱이 무기요,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고 지켜주는 존재인데, 우리들 인간에게는 발톱은 깎아 없애버려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만다.

 

어쩌면 이렇게 젊은 시절 지녔던 꿈들이 발톱처럼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깎여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혁명의 시대는 아니라고, 혁명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는 시대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고 있는가. 오로지 대화와 타협은 강자들의 이야기 아닌가.

 

약자들에게는 대화와 타협을 빙자한 탄압만 있지 않은가. 단지 알려지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이 시 '발톱'은 슬프다. 지금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럼에도 이 '발톱'이란 시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발톱을 깎아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발톱... 단지 버려야만 할 대상이 아니다.

 

  발톱

 

발톱을 깎았다

깎은 발톱은 버렸다

 

불통인 가정과 미친 척 통화했다

어머니는 백발의틀니의꾸부정의신경질의 생존자

아버지는 경제적무능력꿈의무중력아무튼무책임한 과식주의자

가정의 발톱을 깎아 주고

구둣솔로 먼지를 털다가

물오리처럼 떠다닌 그들의 일대기가 혁명이었음을

5·16 군사혁명 언저리에서 나를 구겨 신고 태어닌

내가 물오리였음을 발견한다

 

예비역 병장인 나의 한국은행 예비군 대대의

예비역 병장인 나의 혁명은

근로자 증권저축 속에서

탁상일기 속에서

손톱깎이 이빨 사이에서

잘려져 나간다

 

돌이켜 보면 어제가 나의 혁명이었다

돌이켜 보면 작년이 나의 혁명이었다

흘러가 버린 날들이

좀 긴 듯한 나의 발톱이 혁명이었다

 

장경린, 누가 두꺼비집을 내려놨나, 민음사, 2007년 개정관 1쇄. 94-95쪽.

 

이 시의 마지막에 나온 어제가, 작년이 나의 혁명이 아니기를... 우리의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발톱은 아직도 자라고 있음을... 그래야 함을, 생각한다.

 

두꺼비집이 내려진 시대에 두꺼비집을 올리는 행위, 그 자체도 발톱을 키우는 일이리라. 무언가 꿈틀대는, 자신의 과거에 자신을 버려두지 않음을... 그러함을.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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