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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비우다 배움을 채우다 - 의정부여중 교육과정 혁신 이야기
의정부여자중학교 지음 / 에듀니티 / 2015년 4월
평점 :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휴업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왜 휴업을 할까? 학교가 집단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시간을 함께 하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다.
그런 학교를 잘못 생각하면 이런 비유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를 유지하는 곳이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반대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도 하
산업화에 빗댄 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학교가 산업이 요구하는 사람을 양산해내는 첨병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이런 비유가 일견 타당하기도 하다.
이런 비유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하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텐데...
교육과정이야, 국가 교육과정이니까 단위 학교에서 수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국가교육과정에 기반한 학교내 교육과정은 충분히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특히 이제는 모든 교과서가 검인정 제도로 바뀌어서 국가교육과정을 실현한 교과서를 학교 내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학교 자체 내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도구라는 생각을 많은 교사들이 지니고 있으니, 이제 교과서 만능주의에 빠진 교사는 별로 없다고 보아도 된다.
이 책은 경기도 혁신학교인 의정부여중에서 실시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 몇 년에 걸쳐 노력한 결과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들이 우선시 한 것은 바로 수업 덜어내기다. 교사가 하는 수업을 덜어내면 학생들의 배움 활동이 늘어난다.
학교 교육은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한 편이 늘면 다른 편은 줄게 되어 있다. 교육의 목적이 학생 스스로 배울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교사의 수업이 줄고, 학생의 배움이 느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 학교 역시 이런 철학을 지니고 혁신학교 활동에 임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수업을 줄이고, 학생의 배움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바로 교육과정 재구성에 있다.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재편하는 것. 그 재편한 수업을 특정 교과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과들과 통합하여 수업하는 것.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배움이 중심이 되게 하는 것. 여기에 맞춰 평가 방식을 바꾸어 가는 것.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이 바뀌고,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아것을 의정부여중의 교육활동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정리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 서열화, 점수화되는 평가를 극복하며 진정한 아이의 가치를 찾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위해 교사는 평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자기 교과의 전문성을 갖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고, 자기 교과의 교육과정 교육목표 - 교육 내용 - 교육 평가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특히 명심할 것은 전문성만 있고 관점과 철학이 부재한 교사는 결국 아이들을 불행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교사는 단단한 교육철학을 내면화해야 하며, 자기 교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더불에 미래에 대한 안목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40쪽.
이렇게 교사는 전문성 및 철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 힘들지만 보람이 있는 직업이다.
자신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는 일, 그 일을 농사에 비유하고 있다. 학생은 씨앗이다. 이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씨앗의 힘을 키워주는 존재가 바로 교사다. 그런 활동을 하는 곳이 학교다.
이 책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학교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씨앗으로 다량생산을 해내는 종자 공장이 아니라 소득이나 생산량, 그리고 시장의 수요에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씨를 보존하고 만들어 내는 곳이어야 한다. 씨를 받아 다시 씨를 뿌리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 259쪽.
그래,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하다. 그런 교육활동을 한 학교, 의정부여중의 활동이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