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데, 그 발전과 더불어 진화한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괴롭힌다.

 

진화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면 인간은 또 치유책을 만들어내고, 바이러스는 또 진화를 하고...

 

'메르스'라는 질병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치사율이 무척 높은 질병이라고 하고, 아직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가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질병에 걸릴 확률이 예전에는 거의 없었다면, 이제는 지구가 한 마을이 된 상태니, 어떤 질병에 걸릴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총과 같은 무기만이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 해온 세균들, 또 새롭게 등장한 세균들 아닌가.

 

최근에 상당히 많이 읽혔던 책인 "총,균,쇠"도 있듯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무기에 의한 학살보다는 서양사람들과 함께 온 세균들로 인해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세계화된 시대에는 특히 바이러스에 대해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몇 년 전에는 사스 기승을 부렸고, 신종플루라고 엄청난 공포감을 조장했던 질병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독감에 불과해졌고, 이 다음에 '에볼라 바이러스'라고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질병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메르스도 나온 지가 몇 년 안되는데...

 

2012년에 처음 발견이 되었다는데, 그럼 충분히 조심해야 할 시기를 거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런 질병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들은 힘있는 사람들보다 치료를 받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 정부가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만의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의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데...

 

딱히 지금 이런 현상과 연결 되지는 않지만, 장석남의 시집 "새떼들에게도의 망명"을 읽으면서 황량한 풍경이 그려지는 시를 발견했다.

 

그냥 움직이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찬 눈이 내려 세상은 얼어붙어 있고, 앙상한 가지들이 추위에 떨고 있으며, 가느다란 길들이 집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저녁이 되어도 따스한 불빛 하나 비추지 않는 집들. 그런 마을.

 

한 눈에 이런 모습이 들어온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지금 우리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집과 같은 상태 아닐까.

 

우리는 이런 겨울 입구에 서 있지 않을까.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데... 질병까지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데... 이런 마을에 들어와 따스한 불빛을 켤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지는데...

 

3년 전 발생한 '메르스' 치료법도 있을테고, 대책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제대로 대처한다면 이 시에 나오는 황량한 겨울이 따스한 봄으로 바뀌게 되겠지.

 

시를 보자. 제목이 '겨울 동구(洞口)'다.

 

겨울 동구

잎 가지지 못한 삶이 서 있고
사람 없는 집들이 즐비한 길 위로
밭이 있고 포도나무가 있다
포도나무는 밭을 포도밭으로 만들고 있지만
길들이 모두 집에 와 닿는 저녁이 와도
빈 집들은 이 마을을
빈 마을 이외로는 만들지 못한다
잎 가진 삶이 다 유배당한
겨울 동구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2년 2쇄.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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