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새벽 3시 50분 경에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본희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개혁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좋다.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에 대해서 세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남의 일이고(공무원 연금이 공무원들이 내는 기금에다가 국민의 세금이 합쳐진 것이니, 남의 일이라고 하면 안되겠지만, 그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공무원 연금을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후대가 너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홍보가 먹혀들어간지도 모른다.

 

추측을 할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국회의원들이라면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새벽에 모여 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새벽이면 국민 거의 대다수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특히 새벽 3시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아닌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국민에게 해당하는 법안엔데... 어떻게 새벽에 통과시킬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든 것.

 

개혁안이라면 말 그대로 좋은 것이어야 하는데, 좋은 것을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국회의사당에서 직접 참관을 하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의 대다수가 깨어있을 때)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

 

검찰의 밤샘수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검찰들이 잠도 자지 않고, 피의자도 역시 재우지 않고, 밤샘 수사를 하는 것이 인권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새벽에 다른 사람들의 삶이 걸려 있는 법안을 통과하다니... 과연 이게 개혁일까?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드는데...이게 나만 그런 것인지...

 

최두석의 시집을 다시 꺼내들고 읽기 시작한 건... 그의 시집에 많이 나오는 "꽃"들에게서 위로를 받을까 해서, 또 "꽃에게 길을 묻는다" 는 제목을 지닌 이번 시집처럼 "길"을 찾고 싶어서인데...

 

그러다 보게 된 시 "돌무덤"

 

이런, 이런, 이게 어쩌면 불통의 시대인 우리 시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 시가 아닌가. 불통의 시대이기 때문에 국민의 선량이라는 국회의원들이 남들이 자는 새벽에 모여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지 않나?

 

그들은 그 시간까지 정신을 명료하게 잘 지니고 있었던가. 나는 그 시간이면 비몽사몽이던데...혹시 그들도 이 시에서처럼 '돌무덤'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겠지... 그래도 수백명이 모인 국회이고,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 시가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왔으니...

 

이런 '돌무덤'이 생기지 않도록 자기만의 성을 쌓는 시대는 이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를 옮긴다.

 

돌무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신념의 산에 오르는 이가 있었네
산정에 올라 짐을 부리고
다시 산정에 올라 짐을 부리며
자기만의 성을 쌓는 이가 있었네
자신이 자신에게 명령하고 맹세한
사명의 테두리를 둘러
어깨가 꺼부러지고 허리가 휘고
백발이 바람에 휘날리도록
성돌을 쌓는 이가 있었네
사람들이 드나들 문도 마련 없이
세상의 변화도 외면한 채
외통굴로 완강하게 성을 쌓다가
마침내 그가 거꾸러지자
성은 허물어져 돌무덤이 되었네.

최두석, 꽃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과지성사. 2003년.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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