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했다는 소리를 듣고, 새삼 우리나라에 아직 국무총리가 임명되지 않았구나 깨닫게 되었다.

 

국무총리 없이 국정이 운영된 지 얼마나 됐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데도, 꽤 오랜 동안 국무총리가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국무총리를 제대로 인선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고, 국무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치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변화가 거의 없다. 몇십 년째 언론에 계속 보이는 정치인이 원로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은 급변하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일반 노동자들은 정년이 있어서 더 일하고 싶어도 그만두어야 하는데...3선이면 12년, 4선이면 16년인데... 5선, 6선 정치인도 있는 형편이니... 어떤 변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밝은 소식은 없고, 별로 좋지 않은 소식들로 가득 차 있는 이 때, 국무총리 인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최근에 다시 집어 들고 읽고 있는 최두석의 시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에서 한 시가 눈에 들어왔다.

 

정치인이, 지식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 결코 어렵지 않고, 우리가 밥상에서 만나는 숙주와 녹두를 보고 이런 발상을 했다는 사실에 역시, 시인이구나 감탄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정치인이 필요할까? 녹두일까, 숙주일까?

 

녹두는 조선후기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던 전봉준이고, 숙주는 세조의 편에 서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신숙주를 의미하는데... 시를 한 번 보자.

 

녹두와 숙주

 

조선시대 앞머리와

뒤꼭지에 나타났던 두 사람이

담백하게 감칠맛 나는 나물이 되어

밥상에서 만난다

 

만날 인연이 없는

전혀 딴판의 생애를 살았던 두 인물이

어느 우연한 산길도 아니고

반찬 접시 위에서 만난다

 

만나서 은근히 묻는다

시세에 부응하는 것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다르냐고

 

재주와 식견을 팔아

글을 짓는 것과

민요와 시의 주인공으로 사는 삶이

어떻게 다르냐고

 

그들은 들판에서는

도무지 만나지 않는다

녹두는 씨앗이요 꽃이기도 하지만

숙주는 다만 나물일 뿐이므로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문학과지성사, 1997년. 74-75쪽.

 

아마도, 지금의 정치인들, 나중에 역사라는 한 밥상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밥상에서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지는 모르겠지만, 밥상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여러모로 평가를 할 것이다.

 

지금의 평가가 아닌, 역사라는 밥상에 올랐을 때의 평가. 그것을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꽃처럼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시를 쓰고 싶다. 열매가 여물 듯이 의미가 영그는 시를 쓰고 싶다. 그러한 시들이 어우러진 숲 속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고 하고 있다.

 

이런 희망이 우리가 밥상에서 만나는 숙주와 녹두를 보면서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 내었지 싶기도 하다.

 

또 이렇게 자연스러운, 의미가 영그는 그런 말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난다면, 우리가 정치인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도 없겠지.

 

그런 사회는 이미 자연스런 사회일테니... 하여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레 노래하지만, 그 노래는 사람들 가슴에 닿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요즘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와대든 정치현실을 보면서 정치인들에게 이 시를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들은 나중에 역사라는 밥상에 어떤 반찬으로 올라올 것인지.. 어떻게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것인지 생각해 보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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