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수시대 - 미처 몰랐던 징후들
신기주 지음 / 마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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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장기 보수 시대로 접어들었다. 단순히 보수 정권이 몇 차례 집권하게 될거란 얘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단 말이다.'(6쪽)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두 번의 보수 정권은 구조적 보수화가 낳은 정치적 결과물이다.'(6쪽)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보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 그리고 그런 징후들이 예전부터 나타났다고 하는 글로 이 책이 채워져 나간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장의 구멍들, 퇴행하는 사회, 기울어진 미디어, 속물스러운 정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장기 보수 시대는 결국 경제가 중심이 된다. 먹고 살 만해진 사회에서 어떤 삶을 누릴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데,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단이 사회의 중추를 이루면서 혁명은 불가능한 시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재편할 수 있었던 시기에 하지 못했던 결과 결국 시장에 정치의 힘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이야기. 그런 경제를 우리가 아무리 비판해도, 공약으로 '경제민주화' 운운해도 불가능하다는 얘기.

 

권력의 중심이 시장으로 넘어갔는데, 어떻게 정치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단 말인가. 경제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정치고, 정치인들은 재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 현실. 결국 경제적 동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니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자기 것을 지키려는 세력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은 사회 전체를 퇴행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에 대해서 이런 현상들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결국 '사다리'고, 그 사다리의 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 문제임도 잘 보여주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집약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 로켓 개발조차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혁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는 미디어다. 이미 정권의 입맛에 맞춰진 미디어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지 못하게 한다.

 

주어진 사실만 방송한다고 하면서 사회의 보수화에 일조하고 있다. 그렇게 미디어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그런 미디어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속물스러운 정치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면 권력을 잃는 그런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를 장악하려 하고,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치인들의 이익을 실현시켜 주어야 한다는 그런 퇴행, 속물 정치.

 

이것이 정도전을 이 책에서 끌어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왜 실각할 수밖에 없었던가. 그는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꿈꾸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킬 정치를 꿈꾸었다는 것.

 

정치의 중심은 무언가 이익을 지니고 있는 기득권세력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게 등돌린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비판하지만, 정치인들이 지닌 속성을 정도전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제 이익들을 위해서만 그렇게 피튀기게 싸우고, 그런 이익을 위해서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힘을 합치는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에서 잘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장기 보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걸 인정하자는 거다. 인정하면 무엇이 좋을까? 정치나 경제나 모두가 다 우리의 행복을 목표로 하지 않나.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떤 정치가, 어떤 경제가 좋으냐를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장기 보수 시대'에서 행복찾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끝부분에서 잠시 언급하고 있다.

 

이제는 정치 혁명, 경제 혁명이 아니라 '문화 혁명'이 필요하다고. 그런 '문화 혁명'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문화 혁명조차 이루지 못하면 장기 보수 시대는 지속되리라고...

 

'21세기 한국에서 가능한 건 68혁명 같은 문화 혁명이다.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성숙시키는 혁명 말이다.'(261쪽)

 

성숙한 자본주의... 이미 세계의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혁명부터 이루자고, 그것이 우리의 행복찾기라고...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생각해 봄 직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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