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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한 기본소득 ㅣ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2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15년 3월
평점 :
작은 책자다. 팜플렛이다.
세계 역사에서 팜플렛이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작은 책자들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에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그랬고,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고함"이 그랬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책이 생겼다.
작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작지만 폭발력은 대단한 책. 바로 기본소득에 관한 책이다. 외국 사람이 쓴 "조건 없이 기본소득"도 읽을 만하고 생각할 것이 많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이 책은 우리나라 현실에 더 가까워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집단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찻잔 속의 태풍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정책이 되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집단이 제도 정치권으로 진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존의 언론들이 이러한 문제를 잘 다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을 헤쳐나가는 방법이 바로 팜플렛이다. 작은 책자로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여러 사람에게 읽히는 일.
복잡한 수식을 제외하고, 난해한 이론을 빼고 간단명료하게 주장의 핵심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영향력을 확보해가는 일이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 전자매체의 영향으로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시대에, 기본소득같이 사회를 바꿀 정책에 대해서 알리는 길은 짧고 명료하게 정리한 책을 내는 일.
그리고 여러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어야 하고, 전철이나 또는 다른 장소로 쉽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는 것.
이 책은 이런 점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료하다. 주장이 확실하다.
확실하기에 설득력이 있다. 그냥 그럴 수 있을까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다. 한 번 해보자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가능하기에 시도하면 된다고, 간략하게나마 기본소득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복잡한 수치를 동원하지 않고도.
무엇보다 이 책에는 철학이 있다. 방향이 있다. 전망이 있다.
기본소득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나라에서 불평등을 고쳐나갈 좋은 방법이며, 또 실업으로 인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주어 생활의 문제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시혜가 아니라 국민들이 받아야할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기본소득은 우리가 함께 사용해야 할 공유재를 사용한 결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마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 한 해를 결산하고 배당을 받듯이 기본소득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사회가 유지, 발전된 결과에 배당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모두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인 것이고,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주주니까, 주주로서 대한민국 활동의 결과를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소득을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실현시킬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지, 주느냐 마느냐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게 된다.
다만, 문제는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눈 앞에 있음에도 하지 않는 집단이 기득권을 쥐고 있다는 것, 그런 기득권을 없애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 단체들이 늘어나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세력들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우선은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런 팜플렛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니, 하게 해야 한다. 이 책의 작은 제목처럼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될 그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