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 위를 걷는 시인들
김현성 지음 / 샘터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간혹 아쉬움이 남는 책들이 있다.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 그 책이 품절이 된 경우.

 

작은 도서관에 가면 책도 없고, 또 큰 서점에 가도 이미 품절이 된 책은 구하기 힘들고 헌책방에서나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책.

 

이 책이 그랬다. 헌책방에서 만나기 전에는 나왔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김현성이라면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시노래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사실 주기적으로 서점에 들르지 않으면 어떤 책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고, 인터넷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세상에 나와 있는 책을 모두 알 수는 없으니, 이 책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어떤 책은 내 손에 들어올 운명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시노래에 대해서,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의 가사가 시가 되는 그런 상태를 내가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눈에 띠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 책은 노래말을 생각하는, 또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 싱어송 라이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는 직접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느 날엔가 노랫말을 잘 쓰기 위한 책이 잇는지 찾았다. 그러나 큰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노랫말을 잘 쓰기 위한 참고서적이 없었다. 새삼 기이하게 느껴졌다. 세상 온갖 것들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노랫말에 관한 책이 없다니……' (이 책 서문 '좋은 노래가 넘치는 세상'에서)

 

지금은 노래가 워낙 빨라져 젊은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겠지만, 조금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또 노래 가사에는 영어와 비속어와 줄임말들이 잡탕처럼 섞여 있어서 노랫말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노래들은 어른들의 노래와 젊은이의 노래로 양분되어 있는 현실이다. 젊은이들은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에 하는 온갖 음악쇼프로그램을 즐기고, 조근 나이 있는 사람들은 7080이라는 늦은 시간에 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또 더 나이 있는 사람들은 가요무대라는 프로를 즐기고 있는 현실.

 

그래도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예전 노래를 즐기게 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세대를 아우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노래와 예전 노래의 차이는 속도에도 있지만, 노랫말에도 있다. 예전 노랫말들은 시에 가까웠거나 시였다면, 요즘 노랫말들은 도무지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할 필요가 없는 내용들이다.

 

김현성은 이 점을 안타까워 한다. 그래서 그는 노랫말도 노래의 멜로디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좋은 노랫말을 가진 노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노랫말들이 좋은 노랫말일까?

 

그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쓰인, 정확하고 명료하게,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들을 사용하지만,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런 노랫말이다.

 

이런 노랫말들은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어느 순간 우리 가슴에 들어와 우리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가 있어 어느 순간 그 세포들을 울리며 다시 밖으로 나온다. 진한 감동으로.

 

이런 노랫말들은 시에 다름 아니다. 그 자체가 시다. 멜로디가 있는 시. 노래로 불리는 시. 노래가 된 시.

 

노래를 우리 민족만큼 좋아하는 민족도 그리 많지 않을텐데... 어디서고 몇 명이 모이면 노래를 하던 예전에서, 이제는 공공예절이 어쩌고 저쩌고 하니 아예 노래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노래를 하는 민족 아니던가.

 

이런 민족에게 노래는 곧 우리의 삶이었는데, 그런 삶을 표현하는 노래들이 좋은 노랫말로 쓰여져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점에서 이 책은 노랫말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꼭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만들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노래에 대해서, 그 노랫말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더불어 좋은 시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생활을 더 잘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될 것이다.

 

하나 더, 노래를 좀더 애정을 가지고 대할 수 있을 것 같고,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굳이 싱어송 라이터들이 아니더라도 그냥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물론 좋은 노랫말과 노래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노랫말을 쓰는 기본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

 

여러모로 유용한 책인데... 품절이 되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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