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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ㅣ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평점 :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동체가 교육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겠다.
그런데 근대화 되면서 마을은 학교에 교육의 자리를 넘겨주고 뒤로 물러나 버리고 만다. 공동체가 해체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면서, 학교는 마을에서 독립하여 교육에 관해서는 전권을 휘두르게 된다. 마을과 교류없이, 교감없이.
현대에 들어와서 마을은 교육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가령 비행청소년(이 말이 적당한가? 담배 피고, 남녀가 몰려다니고, 함께 술 마시는 아이들... 한 때의 방황 또는 마음과 몸을 둘 데 없는 아이들을 우선은 이렇게 말하자)이 있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타이르려 하지 않는다.
우선 학교에 전화를 한다. 이 동네에 이런 아이들이 있는데, 학교에서 지도하라고, 그렇게 해도 되지 않으면 경찰서에 전화를 한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학교에 그들에 대한 처벌은 경찰에 넘기고 마을은 아이들의 교육과는 관계가 없다는 듯이 존재한다.
이게 현실의 모습이다. 바람직한가? 이렇게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마을이 교육에서 멀어졌기에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맺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관계맺기의 실패가 두려움으로, 교육의 두려움이 포기로 나타나고, 이러한 포기가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생활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도시라면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시골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마을이 제 역할을 못한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마을로 대표되는 공동체는 해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없는가? 다시 마을이 교육으로 돌아올 방법은 없는가? 아니다. 있다. 학교 자체의 교육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에 학교에서 마을에 손을 내밀고 있다.
2015년인 지금 학교는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함께 하자고, 이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래서 지역사회에서도 학교 교육에 적극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된 것은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이 시장이 되기 전 희망을 찾는 여행을 했다. 그는 희망을 마을에서 찾았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공동체라고 하겠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가장 기초는 함께 삶이다. 함께 삶에는 함께 앎이 따른다. 함께 알기 위해서는 함께 가르쳐야 한다.
생활과 교육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어서 전문적인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교사는 학교에만 존재해서는 안된다. 배움이 있는 곳에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배우고자 하는 곳에는 늘 가르치는 사람이 존재한다.
다만, 찾지 않았을 뿐이다. 찾지 않았기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마을이 교육에 참여하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곳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 책은 2010년에 발간되었다. 하여 한 달이 멀다하고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참으로 먼 옛날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리 먼 옛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것은 다 빨리 빨리 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느린 속도를 지닌 곳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미 5년 전에도 마을과 학교가 하나되는 이런 활동들이, 이런 장소들이 존재했음에도 얼마나 확대되었느냐 하면 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오히려 줄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은 공동체가 생겼어야 했는데, 공동체들이 사라지고, 학교가 더욱 비대해지는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귀하다. 우리에게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 그런 움직임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고, 미래형이라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갈 때 아이들은 길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지금 제도권 교육에서 마을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이런 활동들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이미 유명해진 풀무학교로부터 시작한다. 풀무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하나가 되어 교육을 해나가는 전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예 마을공동체가 되어 생산과 소비, 교육이 함께 되어가고 있느니, 풀무학교로부터 시작한 것은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무학교에서 시작하여 '대안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제는 공교육에서 달라진 초등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의 심성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시기에 마을과 하나되는 학교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교육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도권 교육에 이어서 학교 밖에서, 그러나 마을 안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교육공동체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어른과도 연결된 명실상부하게 마을공동체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공동체들은 지금까지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기에, 앞으로 통섭의 시대, 융합의 시대에 마을과 학교가 함께 가려는 노력을 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 가망이 없다고 할 때 박원순은 교육에도 분명 희망이 있다고, 그런 희망이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다고 그 희망들을 찾아 보여주고 있다. 5년 전 일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을 보여준 지 5년... 우리 교육은 과연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는가? 우리는 지금 어느 자리에 서 있는가? 학교가 과연 마을 속으로 들어갔는가? 마을이 학교 안으로 들어왔는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교육혁신지구 등등의 말로 마을과 학교가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지금은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이 책에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의 송인수가 말했듯이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시민들이, 바로 우리들이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좋은 때 아니던가.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때는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는 지금이. 이미 우리는 마을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마을이 된 사례들을 몇년 전부터 만나지 않았던가. 이제는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의 마을에서 실천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그런 희망이 바로 길이다.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 그 길에 우리 아이들은 행복은 웃음을 지으며 다니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은 또 우리들을 모두 웃게 할 것이다.
그런 희망, 길... 아이들의 행복은 웃음, 어른들의 행복은 웃음. 우리 사회의 행복이다. 이게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이다.
그 오래된 미래(참 이 말 좋은 말이다). 이 책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