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김예리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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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제대로 읽지는 않지만 이름만은 기억하는 작가. 그가 아마 이상이 아닐까 싶다.

 

이상이라는 이름이 필명이고, 본명이 김해경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고, 그의 대표작이 소설로는 "날개"이고, 시로는 "오감도"라고 하는데, 정작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경우.

 

작가가 작품보다 훨씬 더 유명한 경우다. 이상은.

 

그의 삶 자체가 파란만장했고, 또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떴기에 신비주의까지 생기고, 그의 작품이 초현실주의적이라고 하니 더 신비감이 생기는 작가.

 

어릴 적 큰아버지 집으로 양자 들어가고, 본집은 가난 그 자체고, 그는 요즘 말로 하면 서울공대에 해당하는 경성고공을 나와 총독부 건축기사가 되었지만, 그림에 빠지기도 하고, 결핵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기도 하고, 금홍이를 비롯한 여러 여자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동경에 가서 죽은 삶.

 

자신의 삶을 소설로 옮겨 놓았다고 볼 수 있는 "봉별기", "종생기"가 있으니 정말 특이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극일 것이다. 그는 일제시대가 시작하던 해에 태어나서, 해방을 보지 못하고 스물 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떴으니, 얼핏 보면 그의 삶은 비극이다. 그러나 과연 비극일까? 그가 하지 못한 일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여 그는 종생기에서 자신의 죽음은 '노사'라고 한다. 충분히 살았다는 뜻이다. 아니, 오히려 늦었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오죽했으면 김유정을 찾아가 함께 자살하자고까지 했을까.

 

이런 그의 삶은 우리에게 흥미를 준다. 그럼에도 이 흥미가 작가에서 끝난다. 작품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 이유는 그의 작품이 읽기에 힘들기 때문이다.

 

내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선 그는 띄어쓰기를 무시했다. 그러니 띄어쓰기에 익숙한 우리의 눈이 자꾸 글자들을 겹치게 읽어낸다. 읽기에서 턱 턱 장애물에 부딪치니 내용 파악은 뒷전이다. 이것이 이상의 작품을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참, 나.

 

이런 이상에 대해서 좀더 쉽게 설명해주려는 의도로 만든 책이 바로 "우리학교 작가클럽"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이다.

 

이상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날개에서 구절을 따서 '한 번만 더 날자꾸나'라고 했다. 이상이라는 작가를 작품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같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으면 이상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전해주겠다는 의도로 썼으면 좋았을텐데, 무언가 좀 전문적인 냄새가 난다.

 

대학교수가 써서 그런가? 대학생을 가르치던 사람이 중고교 학생들이 어느 수준이 되어야 잘 읽는지 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중고교생들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 교사와 공동작업을 해서 편제나 문체, 또는 내용을 조금 바꾸었으면 이상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학생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상의 작품이 충분히 실려 있고, 그의 출생에서 죽음까지를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끝까지 읽기만 한다면 이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책이다.

 

더 많은 내용을 채워가는 것은 그 다음 일이고. 그러니 우선 읽어 보라. 자꾸 읽어야 한다. 읽어서 뇌를 자극해야 한다. 그래야 이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덧글

 

하나. 139쪽에 마지막 부분 글들이 잘려 나갔다. 사진 자료에 가려 몇몇 단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점은 편집 과정의 실수일 듯.

 

. 이상의 작품은 대부분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한다.

 

셋. 구인회 이야기가 없다. 이상에게 구인회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박태원이든, 김기림이든, 김유정이든, 이태준이든... 그가 소설 "김유정"에서 쓴 내용은 이런 구인회 활동이 바탕이 되었다. 책의 맨 뒤에 '작가 탐구 활동에 구인회 이야기가 나오지만, 본문에서 언급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넷. 이상을 저항시인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과연 그런가? 시란 하나로 해석되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되어서 그 묘미가 살아난다지만, 이상의 시들이 첨예한 민족의식을 담고 있다는 얘기는 조금 멀리 나아간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 이런 얘기는 넘어가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는 전문적인, 적어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

 

저항시의 반열에 드는 시로 "열하약도 No.2(미정고)"와 "출판법"이 있다. 한 번 찾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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