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에서 읽은 시 2 담쟁이 교실 19
하상만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과학실에서 읽은 시2" 권이다.

 

첫번째 책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도 이어서 읽게 되었는데, 1권보다는 과학에 대해서 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지식이 무궁무진하겠지만, 시에서 그 과학 지식을 찾아 함께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런 일을 한 시인이자 교사인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2권은 과학적 지식보다는 시인의 감성이 더 많이 나타난 책이다. 시에서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을 찾아내서 설명해주기보다는 감성적 설명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이 책은 건조한 서술보다는 작가의 감성이 들어간 표현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특히 2권에서는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시에서 '해' '달' '별'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우주에 관한 서술이 많은데, 우주는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시적이기도 하니, 자연스레 책 내용에 감상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과학과 시를 연결시키고, 독자들에게,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시인답게 청소년들에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책을 쓴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청소년들 하늘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늘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우주를 향해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을까?

 

마찬가지로 요즘 청소년들 시를 몇 편이나 읽을까? 시를 읽으며 마음을 넓고 깊게 하고, 세상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청소년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과 시를 융합하여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 시 한 편.

 

이 시에서는 과학을 찾아도 되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아도 된다. 정말 시는 우리가 찾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보물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공손한 손

                    -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하상만 엮고 씀, 과학실에서 읽은 시2, 2014년 1판 1쇄. 193쪽

 

이 책에서 발견하는 과학은? 바로 열의 이동 방법. 열의 이동 방법에는 복사, 대류, 전도가 있다고 하는데, 밥뚜껑에서 느껴지는 열은 바로 전도. (175쪽 참조)

 

열은 뜨거운 데서 차가운 데로 이동을 한다. 이런 과학적 사실에 작가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얼어버린 사람을 데우고 있는 따듯한 밥 한 공기를 생각해봐. 이 세상의 추위를 나누려는 열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니? (196쪽)라고 말이다.

 

우리는 연말이면 온갖 자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더 자선에 대해서 강조한다. 왜 연말에. 추우니까. 추우면 더 힘든 사람이 있고, 추우니 열의 전도가 필요하니까.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열이 이동해야 더 세상이 훈훈해지니까.

 

밥 한 공기에서, 그 밥뚜껑에서 과학적 사실과 그리고 우리가 사회에서 할 일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시 읽기이고, 시의 존재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유독 추운 올겨울, 이 시처럼 열의 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뜨거운 태양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밥뚜껑 정도는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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