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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제레드 다이아몬드.
나도 이 사람의 책을 두 권이나 읽을 정도이니(제3의 침팬지, 총·균·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름이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의 장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읽어도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쓰고, 가능한 한 자료들을 모아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 하는 것.
그래서 책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본인은 자료들을 발췌해서 책을 냈다고 하지만, 요즘 나오는 책들보다 두 배는 두껍다.
무려 680쪽에 달한다. 주나 보충설명까지 더하면 700쪽이 넘는다. 사람들이 읽기에는 우선 분량에서 질린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하면 잘 읽힌다.
숱한 예화들과 구체적인 자료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학술서라기보다는 대중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제까지의 세계다.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자신이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을 조사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책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직접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쉽게 이야기하면 오지에 살던 사람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생활방식에 대해서 쓴 글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는 지구화, 세계화 되어서 그런 사람들이 얼마 남아 있지 않게 되었지만, 그들의 삶을 어제까지의 삶이라고 하고 살펴본 책이 이 책이다.
왜 어제까지의 삶일까? 그것은 그 사람들이 우리 인류의 발생초기에 살았으리라 추측되는 삶들을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은 현대 문명이 발달했음에도 현대문명을 만나지 못해 예전 방식 그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어제까지의 세계다. 왜 '까지'냐면 이제는 그런 삶을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 없는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존재한다. 국가는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들 고유의 문화를 지니고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국가는 간섭하고 통제하고 교화하려 한다. 또 그들 역시 현대 문명을 접하고는 현대 문명을 동경한다.
어제까지처럼 산다는 것은 고통과 괴로움과 굶주림과 위험에 처해 있는 삶이라는 얘긴데, 현대 문명은 이들을 없애버리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에 이들은 어제에서 나와 오늘을 살려고 한다.
그래서 어제까지의 세계다. 이제는 사라져 버릴 세계. 그러나 어제란 오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오늘에 살아남지 못하는 어제는 어제로 기억되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어제까지의 세계는 오늘의 세계를 비추어주는 거울이 된다. 오늘의 세계를 더 잘 살게 해주는 안내서가 된다.
하여 이 책은 과거의 삶을 사는 소수 민족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들 삶에서 지금 우리가 들여와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과거가 암울했다고 해서 과거를 통째로 잊자는 말이 아니다. 과거의 빛과 어둠을 다 보여주기 때문에 과거의 어둠은 제거하고, 빛을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식생활이다. 또 친밀감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런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식생활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등 온갖 성인병이 난무하는데, 우리가 살아온 어제까지의 세계에서는 이런 식생활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고, 우리의 유전자는 지금의 식생활에 견딜 수 있는 몸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그래서 저염식, 채식 위주, 천천히 먹는 습관이 있는 어제까지의 세계가 습관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말.
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집중하면서 이야기하는 태도. 그리고 아이들을 업을 때 업는 사람과 같은 방향을 보게 업는 것, 또 함께 자는 것 등등. 그리고 많이 걷고 많이 움직이는 것.
여기에 무엇보다도 현대를 사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건설적 편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심하는 태도.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어제까지의 세계의 모습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은 사라지겠지.
방대한 분량에 비해서 결론이 너무도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정답은 늘 가까이에 있는데, 그걸 멀리서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지. 어제까지의 세계는 바로 오늘의 세계와 맞닿아 있고, 어제까지의 세계가 우리에게 내일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미래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 존재했었고, 오늘에 현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오래된 미래를 보지 못하고 우리는 미래는 과거와 현재와 다를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도 말한다. 과거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를 무조건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다만, 충분히 우리 눈 앞에 좋은 것이 함께 존재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계속 유지하자고.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