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교육과정? 아하! 교육과정 재구성! - 교육과정 재구성 워크북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12
박현숙.이경숙 지음 / 맘에드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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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관한 책이다. 사실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교육과정이라는 말은 낯설다. 학교에 다닐 때 교육과정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를 배웠지 교육과정을 배우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교과서만을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그런 학교였다.

 

그런데 교육학을 배우면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도구에 불과하고. 즉,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수단을 목적인 양 착각하면서 학교 생활을 한 셈이다.

 

이것이 교육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 일일까? 교육학을 아는 사람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답답해 했던가?

 

아니, 그들도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만 잘 가르치면 자연스레 교육과정을 가르치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교과서를 재구성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교과서에 나온 순서대로, 그 내용대로만 가르치지 않았던가? 그게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현주소 아니었던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러나 너무도 한심하고 서글픈 사건이 있었지. 바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작년 문제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답이라고 주장하던 교육부가 소송에서 지고 말았지.(올해 가을들어 판결이 났다. 수험생들은 어쩌라고) 

 

이미 세상은 교과서의 내용과 다른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답이 없음, 그러니까 모두 정답이라는 판결이 난 것.

 

만약 교과서를 신봉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을 교육부에서조차도, 교육과정 평가원에서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교과서만을 맹신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과정에 대해서 알까?

 

만들어지는데 몇 년이 걸리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 교과서를 맹신하는 그런 교육이 지금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점을 보면 이 책은 참 선구적이다. 이 책은 교과서를 말하지 않는다. 교육과정을 말한다. 교육과정에 의해 교과서는 언제든지 재편성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과간에도 통합,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들을 교사들이 해야 한다고 한다. 주장뿐이 아니라 실제로 학교에서 통합 수업을 실시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미 현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파묻히는 사람을 넘어서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라 통섭, 융합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학교가 따라가려면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에만 매몰되어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교과 교사들과 교류하여야 한다. 함께 의논하여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육과정 재구성이다.

 

이 책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과정이란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도달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그 과정을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자료가 교과서이며,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교사이고, 그 과정에 펼쳐지는 가장 작지만 일상적인 단위가 수업인 것이다. 27쪽.

 

교육과정은 한 인간이 민주 시민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의 과정을 학교급별로, 교과별로 정한 항목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29쪽.

 

그러므로 교육과정은 독립된 존재로 있을 수 없다. 교육과정은 끝없이 함께 하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목만이 아니라 다른 교과목 교사들과 교류하고 연구하고 협력하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시흥에 있는 장곡중학교에서 교과통합 수업, 즉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다양한 교과가 함께 모여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그런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직접 수업한 자료들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서 다른 학교에서도 참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진정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학교 수업은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과정을 재편성하여 통합수업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으니, 교과통합 수업에 관심 있는 교사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덧글

 

이런 교육에 관한 책, 특히 혁신학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교육이 참 성공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잘 하고 있는 학교가 많은데, 왜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도는 꼴찌이며, 아직도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는 학교가 많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게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가능할까? 무언가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교육감이 바뀌고, 그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지면 되는 교육활동이 아니라, 늘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지 않나. 교육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정착시킨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내내 들을텐데 말이다.

 

또 교사들에게만 맡기면 교사들이 나중에 지쳐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교사들이 지치지 않고 이런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어떤 일에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일은 안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많은 것이 해결되어야 하고... 정말로 많은 것들이 교육 분야에서 논의되고 개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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