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간송 전형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간송미술관도 가보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하는 간송전도 가보았지만, 그 문화재들이 얼마나 힘들게 우리 품으로 돌아왔는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그가 갑부였지만 우리 문화재가 일본으로 반출되는 것을 안타까워해서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한 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손에 들지 못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했다. 집에 사놓고 소장하면 좋겠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빌려보기로 한 것.
책을 펼치자마자 약간의 실망을 했다. 어라, 완전히 사실이 아니었어. 평전이 아니네. 그렇다면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유족들도 줄거리 구성에 허구(상상)가 있음을 밝히는 조건으로 출판해 동의해 주었다(10쪽)는 말이 있으니, 그래도 역사소설처럼 사실에 기반한 책임을 알 수 있어서 계속 읽기로 했다.
간송 전형필을 아는데 처음에 소설을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무엇보다도 간송에 대한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인데...
이 책은 평전이라고는 할 수 없고, 팩션(팩트+픽션: 사실에 기반하여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으니, 80%이상은 사실일테니, 구체적인 상황은 상상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
몽유도원도에 관한 이야기 말고는 사실, 모두 간송의 손에 들어온 작품들이니 그 작품들의 구입 정황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장점이 있다.
시종 눈을 떼지 못하게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우리 문화재를 우리 것으로 하는데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다니, 단지 돈이 아니라 민족의 얼을 보존한다는 정신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문화재를 수집하고, 그것을 개인박물관을 만들어 보관하여 후손에 전해주는 과정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간송미술관을 다시보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문화적인 면에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나에게 그래도 간송전을 세 번 봤다고 반가운 작품들이 곳곳에서 나오니 더욱 흥미로웠고, 그 문화재들에 얽힌 사연들을 읽게 되고 책에서는 또 사진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니 문화재들이 더더욱 아련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일본으로 또는 외국으로 아니면 사라질 뻔한 문화재들을 살려 우리 곁으로 되돌려준 간송. 그의 일생은 당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흐르면서 더욱 빛나는 삶이 됨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다.
매년 개최하는 간송전, 이 책을 먼저 읽고 가면 더욱 감상하는데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얼마나 좋은가. 내가 보는 그림, 도자기, 불상, 석조물 등에 이러한 사연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보는 재미가.
이런 문화재는 한 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간송처럼 보고 또 보아도 언제나 우리 마음을 울리는 맛과 멋이 있으니...
멋있는 사람.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그의 멋이 우리의 문화, 우리의 얼을 살려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