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4
강호진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철수와영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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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한적하고 호젓한 곳에 있다. 아마도 절이 자리잡은 자리는 대부분이 명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만큼 절이 위치한 곳은 산세도 좋고 물도 있고, 또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절 건물들을 보라. 웅장하게 지은 대웅전조차도 우리를 압도한다기보다는 감싸안아준다는 느낌을 주고, 조금 오래된 절에 가보면 세월의 힘에 의해 변해가는 절의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절을 종교의 장소라기보다는 관광의 장소로, 또는 쉼터의 장소로만 이용을 했던 나에게는 절 건물 벽에 있는 그림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절 벽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읽은 경전이 얼마 되지도 않고 불교 신자도 아닌 내가 그 내용들을 제대로 읽어낼 리는 없다.

 

한문 실력이 부족해서 우리나라 옛건물들인 한옥에 가면 기둥마다 붙여놓은 주련들을 읽어내지 못해 아, 한자구나 무슨 뜻일까 궁금해만 한 모습과 비슷하게도 절에 가서도 그림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말았다.

 

눈으로만 본 그림이 마음으로 들어와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뭘 알아야 감흥이 일지. 역시 알아야 보인다. 보여야 사랑한다. 사랑해야 느낄 수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해진 이 말처럼 말이다.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작은 제목이 바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이다.

 

철학이라는 말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냥 쉽게 우리가 절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 16가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회나 성당에 가도, 특히 외국의 유명한 성당에는 기독교에 관련된 그림이 많다. 세계적인 명작이라고 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역시 성당에 있는 그림이 아니던가. 그런 식으로 절에도 그림이 많고, 그 그림을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경우도 있겠지만(우리는 어린 시절에 황룡사 담에 소나무 그림이 있는데 너무도 잘 그려서 새들이 와서 앉으려다 부딪쳐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자랐다. 여기에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 이야기도) 대부분은 이름없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 많다.

 

또, 절에서는 벽화가 닳아 새것으로 고칠 때는 전의 것을 싹 없애고 다시 그렸다고 하니 유명한 절 벽화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생과 사가 하나이고, 윤회임을 이야기하면서 오래된 벽화보다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벽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좋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모습 또는 집착에 불과하니, 이 책의 지은이가 우리가 또렷이 볼 수 있는 벽화를 선택한 것은 불교의 교리에도 맞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 16가지의 벽화가 소개되고, 그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 이야기 끝에 불교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있는데...

 

불교철학이라고 해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 벽화와 관련지어 불교의 핵심 교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결코 어렵지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고, 더불어 자신의 마음 속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답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잘 산다는 것, 간단하다. 조과 스님을 찾아온 백낙천에게 스님이 해 주었다는 말.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다 행하라.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156쪽)

 

백낙천은 이 말을 듣고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라고 코웃음을 치지만, 스님은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지만, 팔순 노인도 실천하기엔 어려운 말이라고 되받아친다.(156쪽)

 

그렇다. 앎과 삶이 일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과연 그들이 몰라서 그랬겠는지, 그들은 그냥 관행이라서 그랬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앎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앎과 삶이 하나되기가 어려운데, 진리의 길은 결코 먼 데 있지 않은데... 그것이 이리도 실천하기 힘드니...

 

결국 어떤 종교든 이 말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옳은 것을 행하고, 옳지 않은 것을 행하지 말고, 네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렇듯 이 책은 꼭 불교에 국한되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절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여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림과 이야기가 있으니 재미 없을 턱이 없고, 자신이 보던 그림에 그런 이야기가 속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을테니 말이다.

 

종교와 상관없다. 기독교나 천주교 또는 이슬람 신자라면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좀 불경한 말인가) 절에 가면 절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보고,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의미를 두면 된다.

 

물론 불교 신자들이나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하나 더할테고, 지식에 실천까지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면 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종교를 떠나 옳은 삶으로의 실천으로 나아가 앎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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