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시들이다.
그런데 마음이 애잔해 진다.
슬프다. 농업은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정작 그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자신의 희생으로 우리들을 살리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지 않은지.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농업개방도 거의 이루어졌고, 이제는 쌀 마저도 개방되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도시는 개발이 되어 빌딩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점점 솟아오르고 있는데, 농토는 빈 들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
농촌에 가면 놀고 있는 땅 (하긴 어떤 때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아주 잘했다고 보조금을 지급하던 때도 있었는데...)도 많고, 곳곳에는 폐가가 남아 있는데...
여기에 농촌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라서 50대면 청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데...
그렇게 우리나라 농촌은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농업에 대해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아니 농업은 투자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한다.
이 시집은 오래 전에 나왔다. 내가 헌책방에서 구입해 갖고 있는 시집이 1990년에 나온 것이었으니. 90년이 되기 전에도 우리나라 농촌은 이리도 힘들었는데... 그것이 지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
농업.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목숨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일이다.
"농민에게 월급을!"이라는 주장... 공허한 주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고진하의 시집 중에 한 폭의 수채화같은, 그러나 너무 슬프고 애잔한 수채화 같은 그런 시. '폐가'
폐가
휘영청 밝은 달빛 쏟아지는
솔고개 마루터
폐가 한 채
반쯤 내려앉은 썩은새 지붕 위엔
올망졸망
쫓겨난 흥부네 새끼들 같은
탐스런 조롱박들이 뒹굴고 있었다
고진하,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민음사. 1990년. 13쪽
중국 주석인 시진핑이 방한 한 지금. 중국에게 농산물까지 완전히 개방해서 우리 농촌이 더 힘들어진다면 정말로 우리나라 농토엔 무엇이 남을까... 우리는 그 빈들에 집들만 지을까? 공장만 지을까?
빈들이 식물들도, 곡물들로, 우리들의 삶으로 차게 해야 할텐데... 이렇게 '폐가'가 늘어나는 농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