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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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제목에는 진화의 개념이 들어 있다.

 

연장통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모아놓은 통이니 사람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통, 즉 우리의 몸이나 마음을 의미하고, 오래된 이라는 말에서는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목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문화나 환경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진화해 온 것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학자들은 진화심리학이라고 한다.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개별적인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벗어나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연구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진화'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유의지는 없다'라든지 또 기타 뇌과학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면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자기가 다스린다고 생각하고 자기 마음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의 결과로 형성된 뇌와 뇌의 작용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여 진화심리학은 최신 과학발전과 함께 간다.

 

이 책은 이러한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진화심리학에 대한 이론 설명을 하는 책이 아니다. 그런 책을 원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진화심리학'을 검색해서 그에 합당한 책을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슨 역할을 할까? 우리가 진화심리학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서 역할을 한다. 아니, 진화심리학이 도대체 뭘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그런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과학책, 심리학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손에 들고 읽으면서 그렇구나 하는 감탄을 할 수 있는 책이기에 저자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본다.

 

여기서 더 나아갈 일은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일이다.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그런 마음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무런 의문없이 지나쳤던 문제들, 그것들이 사실은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것. 인간이 인간으로서 최적의 상태로 살아갈 수 있게 수백만년에 걸쳐서 진화해 온 것이 지금 우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

 

고기에 관해서, 이방인에 대한 태도에 관해서, 털이 왜 없어졌는지에 관해서, 도덕, 종교에 관해서, 그리고 동성애에 관해서 진화론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진화론, 아직도 창조론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종교적 신념을 떠나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조차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제가 바로 진화론임을 이 책은 간명하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진화심리학은 더 발전을 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오래된 연장통에 새로운 연장들을 넣어두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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