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난징대학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왜냐하면 우리나라 역사책에 잘 나오지 않을 뿐더러, 가해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감추려고 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라는 말에도 논란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 중국이나 우리나라 또 서양의 여러 나라들은 실제로 일어난 사실로 보고, 그 규모에 관해서만 논쟁이 되고 있는데...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이를 조작된 것으로 보고, 사실이 아니라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꽤나 오래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남경대학살"이라는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정확한 제목도 출판사도 생각이 나지 않고, 책에 나와 있는 사진이 너무도 충격적이라 책을 살 엄두도 내지 못해서 그냥 사진만 훑어보다 만 책이었는데... 그래서 남경대학살이라는 말은 내 뇌리 속에 남아 있었다.

 

한자어로 남경을 중국어로 난징이라고 하니, 그 때 내가 본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기억들이 떠올랐다.

 

독일이 자행한 유태인 학살에 비견될 수 있는 이 집단 학살극이 어떻게 묻힐 수 있었는지... 세계 정세와 각국의 힘이 역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 책의 영어판 제목은 "난징의 강간"이다. "강간"이라는 말이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내 의사대로 강제로 상대방을 겁탈하는 것이니, 강간이나 대학살이나 비슷한 의미로 쓰면 될 듯한데.. 굳이 "강간"이란 용어를 쓴 이유는 "대학살"은 죽음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반면에 "강간"은 상대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더 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고, 상대방 본인에게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 그것이 "강간"이고, 난징에서는 아예 집단적으로 이러한 "강간"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피해규모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사과는커녕 없던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니, 진정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아이리스 장..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자신의 가족에게 들은 난징 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난징 대학살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를 한다. 그러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책을 써냈기 때문에 이 책은 난징 대학살에 관해서 상당히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난징 대학살은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실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고, 난징 대학살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된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얼핏 보면 역사는 강자의 편에 선다. 아니, 역사 자체가 강자의 역사다. 패자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사라져버리고 만다. 하여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가 되는 현상이 역사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역사는 늘 강자의 편에 서는가? 아니다. 강자가 영원하다면 모를까, 인류의 역사상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은 순간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순간, 강자가 될지 모르지만 영원히 강자일 수는 없다.

 

20세기 초 일본은 동양에서 최강국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고 있다. 이처럼 강자는 바뀐다. 그렇다면 역사는 도대체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역사는 바로 진실, 진리의 편에 서야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진리인지... 그것을 판단하는 주체는 강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숨기려 하지만, 어떻게든 진리의 편에서는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역사의 진리다.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 속에서 순간 감추었던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마는데... 일본이 사과도 하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는 난징 대학살은 이미 중국에서는 드러날 대로 드러나 기념관까지 생겼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봤자 비웃음만 살 뿐이다.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낸 대가는 어떨 때는 혹독하기까지 하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은 사람들을 우리는 이미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서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쓴 아이리스 장 역시 어려움에 처했다. 테러 위협 등을 겪으며 심각한 우울증세를 나타냈다고 하는데... 결국 2004년 아이리스 장은 주검으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자살이라고 판명이 났다고 하지만... 이것은 타살이라고 해도 된다.

 

진실을 드러내려 했다는 이유로 온갖 위협을 받았을 그가 견딜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슻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것이 어떻게 자살일 수 있는가. 그것은 사회적 타살이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아이리스 장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이야기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리스 장도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목숨을 버리게 되었다. 이게 진실을 대가라니...

 

그래도 이런 진실의 대가로 우리는 이제 난징 대학살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난징 대학살은 20세기 중국의 난징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집단 학살극이라는 인식을 한다. 아이리스 장과 같은 사람 때문에 난징 대학살이 역사의 한 사실로서 자리를 잡았다.

 

일본...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데, 아직도 이들은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요집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난징 대학살이 어떻게 중국에게만 해당하겠는가. 우리나라도 위안부 문제, 징용, 징병 문제부터 우리나라 사회가 왜곡된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일본에 있지 않은가.

 

우리는 무려 34년 11개월을 식민지 생활을 했으니 말이다. 이런 일본이 통렬히 반성을 하고, 참회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만 용서를 할 수 있을텐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니, 문제다.

 

다시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얼핏 강자의 편에 설 것 같지만, 아니다. 역사는 진실, 진리의 편에 선다. 지금은 감추고 왜곡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곧 드러나게 된다. 그 드러냄.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결국은 드러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해서 우리 인류의 역사는 아직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들 가운에 한 사람... 아이리스 장.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글

 

책을 읽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책이 미국에서 1997년에 발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4년에 번역 발간되었다. 그리고 아이리스 장은 2004년에 죽었다고 나와 있다.

 

중간에 책이 다른 판본으로 나왔다는 설명이 없는데...이 책 300쪽 '여전히 계속되는 역사 왜곡 망언' 부분에서는 2004년 이후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누가 쓴 것인가? 재판을 발행하면서 편집자들이 보충을 한 것인가, 아니면 번역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보충을 한 것인가. 거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차라리 주나 보충설명을 통해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아이리스 장이 쓴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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