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천식천(以天食天)

 

이 책을 읽으며 이 말이 떠올랐다. 동학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또 굳이 불교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뭇생명들을 먹는다. 뭇생명들의 생명으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간다. 그러니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는 말이 밥에 들어있는 것이다.

 

내 생명은 다른 뭇생명들의 죽음의 대가라는 사실. 이 사실을 마음 속에 명심한다면 어떻게 음식 하나하나를 허투루 대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음식을 버릴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음식을 막 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굳이 절에서 절밥을 먹을 때 쌀 한 톨, 김치 한 조각 남기지 않는 모습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음식을 대할 때는 이렇게 경건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밥을 우리에게 영양분을 주는 물질로 대할 것이 아니라, 밥은 곧 우리인 것이다. 하늘이 하늘을 먹는 것, 우리가 우리를 먹는 것, 우리가 우리로서 생명을 유지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밥인 것이다.

 

이 책은 절에서 먹은 밥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굳이 절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된다.

 

음식 하나하나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오관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절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암송하는 말이라고 한다.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이 말이 이 책에서는 도처에 나온다. 한자어로 된 말이라 약간씩 번역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늘 명심하면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지닌다면 음식을 남길 수가 없다.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음식에게 지녀야 할 자세다.

 

다들 사연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절밥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절밥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절밥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우쳤다는 의미도 있고.

 

49인의 절밥 경험.

 

난 비록 절밥을 단 한 번밖에 먹어보지 못했지만... 절에서 먹은 절밥이 아니더라도 내가 먹는 밥을 하늘로 여길 것이다. 하늘을 내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모든 음식을 하늘로 섬겨 나를 하늘로 만들 것이다.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지는 책이다. 그냥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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