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에세이다. 차분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가고 있다. 격정의 시기, 또는 몰락의 시기, 침잠의 시기 등등... 우리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을 작자도 역시 겪었으리라.

 

우리는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7정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감정을 극복하고, 이겨낸다면 성인의 반열에 들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처럼 감정에 휘둘리며 지내게 된다.

 

감정. 한 번 내 맘으로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도무지 이성의 힘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잘못하면 감정에 휩싸여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한 발 물러나는 것이 좋다. 한 발 물러나서 자기를 볼 수 있다면, 감정은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져 간다. 이제 제 갈 길을 간다.

 

이렇게 감정을 마음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 그것을 작자는 그림을 통해서 하고 있다. 그림을 보며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그림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된다.

 

거울을 통해 나를 보면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듯이, 그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나의 감정에서 거리를 두고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나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이러한 고요함. 그것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한 편 한 편의 글에 최소한 두 개의 그림이 나온다. 그 글과 관련이 있는. 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또는 글의 내용에서 나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들.

 

그래서 이 그림들에 나를 투영하고, 투영된 나를 거리를 두고 바라봄으로써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 그림을 해석하는 재미도 있고, 그림 속에서 인생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 재미에 더하여 자신을 발견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서 더욱 좋다.

 

외로울 때, 또는 못 견디는 감정에 쌓여 있을 때 어떤 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술을 마시고, 어떤 이는 잠을 자고,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럴 때 그림을 보게 만든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림 중에서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한 그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림에서 연상되는 일들, 감정들을 되새기면서 자신의 감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본 그림은 몇 편 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지식도 일천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랴. 내가 어떤 그림을 통해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림에 내 삶을 투영할 수 있다면 내가 떠올린 어떤 그림도 나에게는 좋은 그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여 이 책은 나에게 또 하나의 자산을 추가해주었다. 이제는 그림을 보면서도 삶의 다양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감정이 날 주체할 수 없게 할 때 그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마음이 외로울 때 한 번 이 책을 들여다보자. 꼭 글쓴이의 마음과 같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 어느새 외로움에서 멀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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