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
애덤 알터 지음, 최호영 옮김 / 알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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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끝이 없어진다.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 이런 '나'에 대한 추구가 결국 철학을 낳게 하고 종교를 낳게 하고 과학을 낳게 했겠지만, 여전히 답은 없다. 정말로 '나'라는 존재는 신비에 쌓여 있는 존재이다.

 

그런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도대체 "있는 그대로의 나"란 어떤 존재일까?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일까? 아니면 종교에서 말하듯이 신이 창조한 대로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할까? 또는 뇌의 조종을 당하는 생물에 불과할까?

 

참 많은 질문이 일어나는 말이고, 역시 답을 찾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자유의지는 없다"란 책을 읽었었는데, 여기서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 수많은 요인들이 얽혀서 그들에 의해 행동을 조정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자신이 자유의지라고 믿는 것도 그런 요인들 중 어느 하나가 촉발시킨 것일 뿐이라고 했었는데...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무엇이 조정하는지 모른 상태로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말인데, "자유의지는 없다"는 말은, 이 말이 옳다면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환경과 나를 존재하게 했던 과거의 수많은 요소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과 나를 부르는 이름들까지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파악해야 하며, 내가 살아온 역사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에 가까이 다가서는 길이다.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심리학 책이라고 해도 좋고, 과학책이라고 해도 좋으나, 전달하려는 주제에 비해서 참으로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읽어가다보면 우리나라 교육방송에서 했던 다큐멘터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내용도 이 책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심리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많이 언급했던 사항들을 다시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 전달해주고 있어서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을 이 책은 지니고 있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우리의 생활에 많은 것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사실들도 있기에 거부담은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너무도 다양하다. 그 다양한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것들을 3부 9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부는 당신을 뒤바꾸는 주변 조건들이라는 제목으로 색채, 공간, 온도를 들고 있다. 색깔에 따라서, 이는 우리가 어떤 경우에는 주로 특정한 색깔을 쓴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고,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과 접하는 생활을 하느냐, 자연과 단절된 생활을 하느냐, 소음에 시달리느냐 아니냐는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세번째가 좀 특이한데, 온도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하긴 날이 습하고 더울 대 짜증이 더 나고, 하다못해 일기예보에 '불쾌지수'가 있을 정도이니, 온도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임이 확실하다.

 

2부는 차이를 낳는 우리 사이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시선, 편견, 문화를 들고 있다. 이것도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다. 눈이 그려진 공간에 있을 때 좀더 진실해진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거짓을 말할 때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편견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인데... 동양과 서양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는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많은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다뤄진 내용이기 때문에 이 내용에 동의할 수가 있다.

 

3부는 우리 안의 사소하고도 거대한 힘이라는 제목으로 상징, 이름, 명칭을 들고 있다. 상징, 왜 우리가 국기를 신성시여기는가? 또 어떤 상징을 보았을 때 우리의 감정이 넘쳐나는가? 이는 상징이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고, 이름이나 명칭은 말할 것도 없다.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우리 동양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이 중요하다고 작명소에 찾아가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고, 이름을 지을 때 따져야 할 요소가 엄청남을 생각한다면 이름이나 명칭은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이 책은 새로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여기저기서 주어들었음직한, 또는 텔레비전에서 보았음직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나'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모아놓고, 체계적으로 분류를 하고, 그것들을 구체적인 과학적인 실험결과들을 증거로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나"에 대해서, 아니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면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데, 단지 알게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 나아간다면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덧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우리나라 심리학자부터 교육학자, 또는 의학자들이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우리나라 교육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지. 적어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나"를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수많은 "나들"이 모여 있는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텐데...

 

대입개혁, 자유학기제 등등 수많은 교육정책들에 앞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학교에서 조성하도록 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기만 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백날 이야기하면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책은 교육정책 담당자들, 또는 정부관료들이 먼저 읽고 정책 입안에 기초자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지나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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