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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적 피해 - 지구화 시대의 사회 불평등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바우만의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들뢰즈가 생각이 났다.
바우만은 liquid (액체 또는 유동적)라는 말을 쓰고 있고, 들뢰즈는 nomad(유목)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고정적이고, 고형적인 것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들뢰즈의 이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말한 노마드가 지식인의 차원에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 탈주, 리좀 등 이는 지식인들이 포스트-모던한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탈영토화니 재영토화니 하는 말들이 결국은 있는 사람, 즉 버틸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니 이러한 세계화 시대에 자신의 자리를 잃고 탈주가 아니라 배제되는 사람에게는 들뢰즈의 이론은 탁상의 공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역시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 팍 들고 있는 것은 뭘까?
아마도 바우만의 책을 읽어서 일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이렇게 어려운 용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액체라는 말도 유동적이라고도 번역하고 있듯이 들뢰즈가 말하는 리좀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그가 말하는 유동적 근대 또는 액체 근대에서는 재영토화는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본다.
그들은 소외되고 배제되는 쓰레기가 되는 삶을 살게 되고 만다. 이를 그는 지구화 시대의 사회 불평등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제목만 보아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서문- 사회 불평등의 부수적 피해
1. 광장에서 시장으로
2. 공산주의를 위한 진혼곡
3. 유동적 현대에 사회 불평등이 처한 운명
4. 이방인은 위험한 존재다?
5. 소비주의와 도덕성
6. 프라이버시의 위기와 인간 유대
7. 운과 개인화된 해결책
8. 현대 아테네에서 고대 예루살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다
9. 악의 자연사
10. 우리 가난한 사람들
11. 사회학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래 이 책은 그래서 지구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밀려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왜 밀려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이것이 바우만이 추구하는 주제다. 그리고 이런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정치권력이라고 한다.
인간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은 모든 정치권력의 기초다. 권력은 국민에게 인간 조건의 이런 두 가지 해악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를 약속함으로써 권위와 복종을 확보한다. (188쪽)
이와 마찬가지로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한다. 그러한 두려움을 통해 권력은 자신의 힘을 유지한다. 이렇듯 권력에게는 배타적인, 늘 버려지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을 밑바닥 계급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쓰레기로 취급되는 계급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이를 세계화에 따른 부수적 피해라고 한다. 이것이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어쩔 수 없이 생긴, 긍정에 따르는 부정이라는 개념으로 홍보하고, 권력화한다.
바우만이 추구하는 사회학은 이런 사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직시할 수 있는 힘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세상에 구체적인 대안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우리의 삶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데서 찾아진다. 이것이 바로 바우만이 제시하는 대안이다. 사회학은 이런 임무에 복무해야 한다.
우리도 지금 너무도 많은 공포를 조장당하고 있다. 이러한 공포를 통해 우리는 삶에 일어나는 필연적인 손해를 부수적 피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밀려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회는 불안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 요소는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사람들의 행복을 방해하게 된다.
바우만이 말하는 밑바닥 계급, 또 부수적 피해를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