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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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불온하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고 읽을수록 답답해지기도 한다. 아니 부끄러워진다. 살아온 과정이 다른 생명들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먹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 식의주(食衣住)가 모두 다른 생명들과 관계가 있음을 이 책은 다시금 깨우치게 하고 있다.

 

"스토리 전쟁"이라는 책을 읽다가 스토리를 잘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미트릭스' 얘기와 '물건이야기'라는 얘기를 읽게 되었고,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거 괜찮네... 책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물건이야기"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동안 읽은 환경 관련 책이 몇 권인데.. 또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나. 그냥 식상한 내용을 하나 더 첨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런 사실들이 하나의 체계로 꿰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물건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고나할까.

 

특히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물건들이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에도 나무의 목숨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나무의 목숨이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더 많은 나무들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책은 많이 팔려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

 

물건의 일생이다. 그리고 이 일생에 따라 물건을 추적하고 있다. 추출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일어나는지... 이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석탄산업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산들이 파헤쳐졌는지.. 그리고 골프 산업으로 인해서 산과 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는지,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없어진 자연은 어떠한지... 추출이란 이름에 들어가기엔 좀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골프장이나 도시개발, 또 4대강 개발 등은 분명 추출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그런 행위.

 

여기에 생산은 더하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원진레이온을 생각해보라. 생산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유독물질이 발생했는지.. 오죽했으면 노동자들이 온갖 질병에 시달렸고, 이 회사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안 보인다고 이런 기업이 사라졌을까. 아니다. 이 기업은 규제가 덜한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말았다. 결국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원진레이온같이 예전 기업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모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하고 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니까.

 

유통은 말할 필요도 없다. '탄소발자국'을 따라가보면 얼마나 많은 오염을 우리가 유통단계에서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물건들을 쉽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미 자연을 파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물류의 필요성이라고 해서 배를 이용하는 운하를 만들자는 어이없는 발상도 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물건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이제는 소비 단계다. 물건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또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망각하고 있으면 소비 단계에서는 모르고 오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일에 우리 자신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나라 핸드폰이다. 2G, 3G, 4G라고 하여 엄청난 속도로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신제품이라고 광고를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제품을 사게 만든 광고의 역할,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품들의 디자인. 이것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지 않으면 우리는 소비 단계에서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자연스레 동조하고 만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폐기 단계. 그냥 버리면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끝이 아니다. 그것들은 폐기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듯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또 이 단계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도 오염물질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먼 거리 수송을 한다. 여러모로 환경에 치명적이다.

 

좋은 방법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일. 생산자가 책임지고 재활용하게 하는 일. 또 다시 쓰고 바꿔 쓰고 함께 쓰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제목을 '너무 늦기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고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란 말이 있듯이 물건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일은 이런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전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우리는 물건을 좀더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노조. 이 책에서는 노조활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한다. 노동자가 인정받고 있으며 노동자가 단결이 된다면 유해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지양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노조에 대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군대...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존재. 너무도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는 그런 존재. 세계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존재가 바로 군대라는 사실. 그래서 물건 이야기에서는 군대란 존재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을 다른 곳에 쓰면 우리가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것들도 이 책에서 생각하게 한다.

 

역시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런 책.. 학교에서 교육활동의 교재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 더 바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세상이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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