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 이제 당신도 시작하라
송준호 지음 / 살림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다. 글쓰기 책에는 주로 어떻게 하며 글을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이 들어 있고, 여기에 맞추어 잘 못 쓴 글의 유형이 나와 있으며, 이 글을 어떻게 고치면 더욱 좋은 글이 되는지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책에 대해서 글을 쓰면 글을 쓰면서 자연스레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이거 맞춤법이 맞나? 어색한 문장은 없나? 중복된 말은?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너무 상투적인 표현인가? 이런 두려움들.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에게 편지를 쓸 때 느꼈던 두려움. 내용보다는 형식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했던 그런 마음.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 책들은 공통적으로 글은 누구도 쓸 수 있고 써야만 한다이고, 어떤 형태로든 먼저 써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글쓰기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고 글을 하루아침에 잘 쓰게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지만. 적어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는 되니까.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 내용이야 차례를 보면 다 나와 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제목이 "나를 바꾸는 글쓰기"다.

 

제목을 보고서 혹시 글쓰기 "치료"와 맥락이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고르게 된 책인데... 표면적으로는 "치료"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가면서 "글쓰기"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치료"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자신을 바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데 있다.

 

자신을 바로 보기. 이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임에도 우리가 가장 소홀히 다루고 있는 일이기도 하지 않은가. 어떨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떨 때는 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빠서 자신을 바로 보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이 때 글쓰기를 하면 자연스레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단지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바로 보게 된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정말로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눈에 띤 것만을 보아서는 안되고, 처음 들린 소리만을 들어서는 안되고, 처음 만진 감각만을 느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일, 그것이 글쓰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는 '거울을 보라'고 한다. 이 말은 너 자신을 꾸미라는 말이 아니다. 너가 어떻게 생겼는지 외모를 관찰하라는 일차적인 뜻을 넘어서 바로 너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말이다.

 

이런 '거울을 보라'는 말, 그 말처럼 "글을 쓰라"는 말은 너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네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라는 말과 같다.

 

이 책에서는 "사람 나고 글 났다"가 아니라 "글 나고 사람 났다"고 한다. 그만큼 글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이야기다.

 

당신 자신을 표현하지 않으면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을 표현해야만 당신은 당신으로 존재하게 된다. 굳이 김춘수의 "꽃"이란 시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이 언어적 인간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결코 어렵지 않음을,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님을, 우리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일기부터 쓰라고... 일기만큼 글쓰기에 좋은 것도 없다고 한다.

 

단 세 줄이라도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글쓰기는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변할 것이라고 한다.

 

"글쓰기"에 관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결코 어렵다거나 읽기 거북하지 않은 책이다. 책장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의 가장 좋은 활용법은 이 책을 읽고 당장 일기부터 쓰는 것이다. 

 

날마다 일기를 쓴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자기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글쓰기는 "치료"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