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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쓰기 1 ㅣ 국어시간에 소설쓰기 1
김은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국어시간에 소설쓰기"라는 책이 나왔다. 사실 국어시간은 쓰기 시간이라기 보다는 읽기 시간이고, 더 엄정하게 말하면 읽기 시간이라기 보다는 문제풀이 시간이라고 해야 옳다.
문제풀이가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읽고 해결하는 풀이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풀이가 아니라 오로지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문제풀이, 대학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문제풀이였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많은 글을 읽어도 정작 삶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읽을 힘이 없으며, 국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서 사고력이나 창조력이 높아지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정서가 풍부해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등 감수성이 계발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지금까지 국어교육에서 해온 읽기 중심 교육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읽기 교육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런 움직임이 수행평가와 맞물려 말하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 학교 현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는데...
대체로 말하기는 소개하기나 아니면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발표로 역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말하기는 되지 못하고 있었으며, 쓰기 또한 시 쓰기나 수필, 또는 보고서 쓰기 등으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점수를 위한 글쓰기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반성하고 오히려 전문적인 작가들만이 쓴다고 생각하기 쉬운 소설을 가지고 중학교에서 수업한 결과물이 나왔다.
소설이 반대로 더 쓰기 쉽고, 아이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며, 소설을 쓰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는다는 주장을 직접 아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또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소설쓰기 수업을 했는지는 앞부분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수업을 어떻게 했는가 하는 방법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만을 알려주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응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자신의 이론을 가능하면 간략하게 줄이고, 수업의 결과물을 직접 제시하며 여기에서 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찾게 하고 있다. 즉 학생들 작품을 제시하고 이런 작품들을 통하여, 인물, 사건, 배경, 주제, 문체 등을 찾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또래 학생들이 쓴 작품을 읽고 자신과 동떨어진, 너무도 전문적인 소설이 아닌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고, 또 더 편하게 작품에 접근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어른들은 이런 학생들의 작품을 통하여 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요즘 학생들 사회의 문화가 어떤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학생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쓴 소설이기 때문에 학생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이런 작품들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이런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도 소설을 쓴다면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성적, 왕따, 경제적 문제 등등. 학생들은 아직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이들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어쩌면 이 책에 실린 작품을 쓴 학생들은 이런 소설 수업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문제해결책을 찾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읽기나 쓰기 수업. 단지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임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의 삶, 고민을 알고 싶은 부모들,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청소년 작품집이라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