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가르고 치다 - 난장과 끝장의 교사 욕망 분출기
김준산 지음 / 네시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유하로부터 시작한다. 아니 그의 시로부터 출발한다.

가슴 아픈 현실을 에둘러 가지 말고 똑바로 가자고.

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교육은, 또 지금도 하고 있는 교육은 바로 이 시에 나와 있는 것과 같지 않냐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교육에 대해서, 교사에 대해서 좋은 말로만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한 번 표현해 보자고.

여기서 부터 출발하자고.

 

시를 보자.

살벌하다.

교육이, 아니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대표되고 있는 학교가 우리에게 얼마나 안 좋은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맨살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유하)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교육의 전부를 학교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즘은 좀 다르려나? 평생교육 운운하는 소리들이 많으니) 우리 인생에서 얻은 배움 중에 학교에서 배운 배움은 겨우 일할이란다.

 

아마도 인생을 백년으로 보면(요즘은 백세 시대라고 하니)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의무교육만 보면) 일할 정도가 맞다.

의무교육이 현재는 9년이니까. 하지만 의무교육은 아니더라도 고등학교까지는 다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거의 모든 청소년이 고등학교까지는 다니니 12년, 일할이 조금 넘는 기간을 학교에 다닌다.

 

여기서 제대로 배웠다면 아마도 '인생의 일할'을 학교에서 배웠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학교에서 과연 일할을 배울까? 유하가 말한 일할은 정말로 엄청나게 많이 쳐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할을 밑의 행에 나오는 '침묵, 비교, 굴복' 등으로 채운다면 그 일할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많다. 일할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시를 보면 교사, 참, 모골이 송연해지는 직업이다.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두려운 직업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걸 이 책의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교사는 자신만이 잘 사는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보다는 남의 삶이 더 잘 살아지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지식인이어야 한다(155쪽)고 하는데,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 교사가 지녀야 할 태도와 또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음을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교사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하여 교사는, 그런 교사가 하는 교육은 카프카가 말한 책의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만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책들을 읽어야 할 게야.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자네가 쓰는 식으로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라고? 맙소사, 만약 책이라고는 전혀 없다면, 그 또한 우리는 정히 행복할 게야. 그렇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통을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누군가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리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들이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솔(2004).70쪽  오스카 폴락에게 보내는 편지(1904.1.27)에서

 

사람들 내면에 얼어 붙어 있는 것들을 깨부술 수 있는 도끼 역할을 교육이 해야 한다.

교육이 그렇게 하기 위해 교사는 늘 깨어 있어야 하며,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교사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교사들에게 도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통한 성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

 

이런 자세를 지닌 교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사의 모습이고, 유하가 말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힘들게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교사들, 힘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 힘내서 행복한 교육을 하자고, 저자는 현실을 제대로 보자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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