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사회 - 벌거벗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한홍구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666.

친숙한 숫자다. 아니 친숙해서는 안되는 숫자다. 이는 악마의 숫자라고 하니까. 적그리스도. 그리스도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나 인류의 파멸을 이끌 존재라고 하고, 이 존재를 상징하는 숫자가 바로 666. 신의 숫자를 3이라고 하면 6은 악마의 숫자이고, 이 악마의 숫자인 6이 신의 숫자인 3으로 나타나니 악마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신처럼 행세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무서운 종말론이다. 젊은 시절, 휴거를 믿는 사람도 있었고, 이러한 666에 대해서 공포감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곧 인류 종말의 시대가 오리라고. 하긴 마야의 달력에 2012년이 없다고 인류의 멸망이 2012년에 일어난다고 하는 공포 조장도 있었으니.

 

그런데 이런 666이 우리에게 편리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진짜 무서운 일이다. 우리는 편리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 책에도 나오지만 국가인권위에서 파악한 바로는 우리가 하루 동안에 CCTV에 나오는 횟수만 해도 80회가 넘는다고 하니, 이런 공적인 통계말고 사적인 출연하기 합치면 우리는 하루에도 100회 이상 CCTV에 등장하게 된다는 얘기가 성립한다. 이 얘기는 무슨 얘기냐 하면 안전을 이유로 도처에 설치되어 있는 이 CCTV에 나라는 존재가 무작위로 촬영되고 남의 눈에 띈다는 얘기다. 내 사생활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얘기다.

 

이것보다 더 무서운 건, 그래도 CCTV는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고, 우리가 의식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카드는 우리를 더 잘 드러내준다.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가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등등의 생활 패턴이 카드 사용으로 드러나게 되며, 공적 권력이 아닌 사적 권력이 이러한 취향을 수집, 분석해서 자신들이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우리들이 자주 겪는 일이지 않은가. 취향을 분석해서 상품 홍보에 관한 메일이 온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서점 같은 경우에는 취향에 맞는 추천도서 목록이 온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밖으로 돌지 않아도 되니 참 편리하다. 이런 편리함은 또 있다. 

 

직장인이라면 한 해에 한 번은 하는 연말정산을 생각해보면 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연말정산을 할 때 연말정산 간소화라고 하여 국세청에 들어가 내가 사요한 신용카드 액수 및 지출한 교육비, 그리고 의료비, 여기에 기부금까지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이상하다. 본래 이를 국세청에 내가 제출해야 하는데, 반대로 국세청에서 받아 다시 국세청에 제출한다. 그런데 편리하다.

 

이 편리함 속에 들어 있는 감시와 공적 권력에 대한 내 사생활의 공개는 늘 겪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데... 이번엔 대형 통신사인 KT에 가입되어 있는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런 일에는 분개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공적 권력에 자료가 넘어가는 일과 사적 권력에 자료가 공개되는 일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공적 권력은 이윤이 아니라, 통제와 관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이익을 얻고 있지 않은가.

 

정보의 집적은 언젠가 정보의 유출을 초래하고, 또 정보의 집적은 권력의 집중을 초래하게 되는데... 너무도 쉽게 위는 이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은 다섯 번의 강연을 모은 책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감시가 이루어졌는지 역사적 고찰을 하고, 자발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넘겼는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왜 존중되어야 하느니, 또 그것과 법과 인권의 관계는 어떤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면 특정한 나이가 되면 누구나(요즘은 지문 채취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어서,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주민등록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실, 무섭다. 언젠가는 아마도 카드 형식으로 이런 주민등록증을 들고 다니게 하지 않고, 사람 몸에 칩을 이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말이다. 그럴 때 우리 몸에 바코드가 새겨질 때 이 때가 적그리스도가 나타날 때라고 했는데...

 

설마,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 있는 21세기에 자신의 편리를 위해서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그런 움직임에 찬성하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공적 권력인 국가와 사적 권력인 시장이 이렇게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 이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정보의 집적을 막고, 정보가 한 군데에서 통제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지만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분명 실시하고가 아니라 실시되고라는 피동형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정보 시스템(NEIS)만 해도 예전에는 각자 떨어져 있던 학교 전산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업무포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고, 이 곳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집적되고 있다.

 

아마도 몇 십년만 지나면 우리나라 국민의 모든 정보가 이곳에 모여 있게 되리라.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학생 때는 심지어는 자신이 읽은 책까지도 이곳에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신체정보는 물론이고.

 

이런 감시사회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벗어나기는 힘들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담, 벗어날 수 없다면 감시를 해야 한다. 감시란 권력을 쥔 자가 권력을 쥐지 않은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권력을 쥐지 못한 사람이 권력을 쥔 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하는데... 우선은 전자주민등록증이 도입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테고, 전자사회가 반드시 우리에게 편리만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의 부작용에 대해서 인식하는, 편리 뒤에 숨어있는 권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일이겠지만,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통제는 더욱 힘들어질테니...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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