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윤상인.박이진 옮김,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에 겐자부로 하면 일본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두 번째 사람이다. 그의 문학이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는 얘기다. 그의 일생에 걸친 작품 이야기를 한 책이 이 책이다. 대담 형식으로 그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프랑스 어법에 관한 공부와 일본어 어법에 대한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한 문체 덕분에 유럽을 비롯한 서구 여러나라에서도 그의 작품이 읽힐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을 탔을 때 그의 반응이 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이 말. 천상 그는 소설가이다.

 

그럼에도 부끄럽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한 편도 읽어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또다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음에도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는 분명 경향이 다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이 되어 있는데...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그에 대해서 모른다고는 할 수 없다. 그의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나무 아래서"를 아주 좋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 책으로 인해 오에 겐자부로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그는 앞장서서 원전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렇게 그가 사회 문제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 때문이라고 본다. 그가 진실한 친구로 사귀었던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말이다. 그는 일본의 평화 헌법을 지지하는 운동을 하고, 오키나와의 진실을 규명하는 운동도 하며, 요즘에는 원전 반대 운동도 하고 있으니, 그의 이러한 운동은 그가 중심부를 지향하는 인물이 아니라, 주변인을 자처하는 그러한 경향을 지닌 인물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주변인이기에 세상의 중심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 그의 객관적인 시선이 작품 속에 담길 수 있다는 사실...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아들 히카리 때문에도 유명하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그러나 그 아들은 음악으로 자신의 세계를 이어가고, 무려 40년이나 아들의 잠자리에 담요를 덮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이 작가의 생활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이 아들을 중심으로 그의 소설이 영감을 얻어 펼쳐지기도 했다는 사실도 빼먹을 수 없는 일이고.

 

무엇에나 신중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 그의 문학 활동 50년을 맞이하여 총결산 격으로, 아니 한 시대를 정리하고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격으로 마련된 이 대담에서 우리는 한 작가의 전생애와 전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신비에 휩싸이지도 않고, 또 세상과 절연하지도 않고, 오만에 빠지지도 않고, 자신이 할 일은 작품을 쓰는 일이라는 사실을 굳게 지켜가고 있는 작가. 그의 60주년 작품 정리도 나오길 바란다. 그는 그럴 일은 없겠지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문학의 죽음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시대. 문학은 결코 죽지 않음을 오에 겐자부로는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