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겉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무시무시하다. 생체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일이 우리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사는 모습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시간, 우리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이고, 또 한정되어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한정된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길은 잠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마치 '모모'에 나오는 회색신사들이 시간 계산을 하여 여유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을 시간에 쫓기게 만드는, 자신의 시간 흐름대로 살던 사람들에게 정해진 시간의 흐름을 따르게 만드는 그런 모습이 연상된다.

 

과연 우리는 시간의 주인일까?

 

자신만의 생체 리듬에 따라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현대 세계에선 극소수에 불과하리라.

 

시간조차도 기술문명에 맞춰 분절되고, 표준화되어 나만의 시간이란 특수한 경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의 생체 시계가 있을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생활이 생체 시계에 맞는 생활일까를 추적한다. 아니, 거꾸로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생활이 생체 시계를 거스르는 생활일까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사람들을 아침형 인간(종달새)과 저녁형 인간(올빼미)로 나누는 구분이 그리 좋은 구분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사람이란 이렇게 무 자르듯이 딱 잘라 구분할 수 없으니 이 주장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체 시계가 모두 같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기준을 정해놓고 보면 빠른 생체 시계를 지닌 사람도 있고, 느린 생체 시계를 지닌 사람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고, 이들은 그러한 생체 시계의 차이로 인해 활동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의 시간이 표준화되었다는데 있다. 획일화된 시간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기를 요구한다. 이런 요구에 어떤 사람은 잘 적응하고 활동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적응이 안되어 힘들어하거나 도태되기도 한다.

 

지금 대부분의 표준화된 시간이 빠른 시계를 지닌 사람에게 유리하기에, 느린 시계를 지닌 사람은 힘들어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사항이 바로 학교 수업시간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잠에서 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받게 되니, 수업의 효율성이 있을 리 없다.

 

즉, 청소년기의 생체 시계는 느린 시계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레 야행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런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노력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와 마찬가지로 2교대 근무도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기 때문인데, 사람의 신체 리듬을 무시하는 작업은 별로 좋지 못하다는 주장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장점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생체 리듬, 신체 시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가?

 

그건 이걸 알면 우리는 사람을 일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신경질적이야 하는 대신,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관계를 잘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게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신체 시계에 대해 몰랐을 때와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고, 좀더 유연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 허덕거리며 힘들어 하는 사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는 사람, 한 번 읽어 보자. 특히 교육자들은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아주 다양한 신체 시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예화와 해설로 구성되어 있기에 전문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많이 어렵지는 않다. 저자가 동료 학자들을 대상으로 쓰지 않고,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례, 마치 나와 같은 사례가 많이 있으므로, 읽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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