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론 한길그레이트북스 61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한길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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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말할 것도 없이 전쟁 역시 전적으로 폭력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전체주의 정권의 집단 수용소에서 발생한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폭력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곳에서는, 법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들이 침묵을 지켜야 한다. ... 인간이 정치적 존재인 한, 그는 언어능력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 폭력이 전쟁과 혁명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한 ... 정치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82-83쪽

시작의 문제와 혁명 현상의 연관성은 명백하다. 그러한 시작이 폭력과 밀접하게 연계되었음이 틀림없다. ... 인간의 사상은 일관된 은유나 보편적으로 적용하 수 있는 이야기를 생산하는 특이한 사례들에서 그 영향력을 획득한다. 인간이 지탱할 수 있는 형재애는 모두 근친살해에서부터 성장했으며, 인간이 성취한 모든 정치조직은 범죄에 기원을 갖고 있다.-84쪽

근대의 혁명 개념은 역사의 과정이 갑자기 새로이 시작된다는 생각, 이전에는 결코 알거나 듣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 구성과 관련해 그것은 분명히 자유의 출현이었다.-95쪽

자유의 이념과 새로운 시작의 경험이 일치해야 한다는 사실이 근대 혁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 해방이 자유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결코 자동적으로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96쪽

억압에서 자유로와지려는 욕구는 군주정 아래서 충족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정치적 삶의 방식인 자유에 대한 욕구는 새로운 또는 어느 정도 재발견된 정부 형태의 형성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욕구는 공화정의 수립을 필요로 했다.-101쪽

혁명을 통해 전면에 부각된 것은 이러한 자유로움의 경험이었다.-102쪽

참신성의 파토스가 존재하고 참신성이 자유의 이념과 연계된 곳에서만, 우리는 혁명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103쪽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변동이 발생하는 곳, 완전히 다른 정부의 형태를 구성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곳,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궁극적인 목적을 적어도 자유의 확립으로 상정하는 곳에서만, 우리는 비로소 혁명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104쪽

우리는 혁명이 복고나 혁신으로 시작되며, 완전히 새로운 시도의 혁명적 파토스는 사건 자체의 과정 속에서만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뒤에서 볼 것이다.-106쪽

혁명적 의미의 해방은 현재 그리고 역사를 통해 개인 뿐 아니라 인류 대다수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사람들, 낮은 신분에 속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현존했던 모든 권력에 예속된 채 항상 어둠 속에서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도 대지의 최고 주권자로 부상하고, 주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111쪽

참신성의 파토스가 사건들이 소수가 아닌 다수와 연관되는 정치 영역에 도달했을 때, 그것은 훨씬 급진적인 표현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만 유효한 실재로 변하게 되었다. ... 새로운 것이 시장에 도달했을 때, 그것은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 실행되고, 후손들에 의해 계속 증대되며 구성되기 시작하는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다.-119쪽

인간들이 시작하고 수행한 모든 이야기는 종말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드러낸다는 것-127쪽

빈곤은 박탈보다 더 심각한, 항구적인 결핍과 처절한 불행 상태다. 이러한 상태의 치욕은 빈곤이 인간성을 박탈하는 강제력을 지니고 있다는데 있다. 빈곤은 비참하다. ... 빈곤은 사람들을 신체의 절대명령, 즉 필연성의 절대 명령에 굴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결국 혁명을 파멸로 치닫게 했다. ...그들이 정치 무대에 등장하자, 필연성이 동시에 표출됐다. ... 사람들은 필연성, 생존 과정 자체의 절박성 때문에 자유를 포기해야만 했다.-136쪽

필연성, 즉 인민의 절박한 필수품 때문에 테러가 발생했고 프랑스 혁명은 파멸에 이르게 되었다.-137쪽

동정이라는 정념은 모든 혁명가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자극했으며, 동정이 행위자들의 동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유일한 혁명은 미국 혁명이었다.-149쪽

강조점이 공화정에서 인민으로 바뀐 것은 미래 정치체의 지속적인 통일이 인민이 공유한 세속적인 제도 속에서가 아니라 인민들 자신의 의지 속에서 보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의지인 이 인민의지가 지니는 두드러진 특징은 만장일치였다.-156쪽

절대자는 그것이 정치 영역에 도입될 때 모든 사람에게 파멸을 의미한다.-167쪽

동정은 사랑과 서로 다르지 않으며 인간의 상호작용에 항상 존재하는 거리, 중간 지대를 소멸시킨다. ... 동정은 정치적 문제들, 즉 인간사 영역 전체가 발생하는 인간들 사이의 세계적 공간, 즉 거리를 해소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부적절하고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169쪽

연민은 뼛속까지 스며들지 않고 감성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민은 동정이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서 성공할 수 있다. 연민은 다수에게 손을 뻗칠 수 있기에 유대와 같이 저잣거리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연민은 유대와 달리 행운과 불행, 강자와 약자를 동일한 시선으로 고찰하지 않는다. 연민은 불행이 현존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약자의 존재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연민은 불행한 사람의 현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 유대는 행위를 촉진하고 인도할 수 있는 원리이며, 동정은 정념 중의 하나이고, 연민은 감정이다.-172쪽

혁명이 정치 영역에 이르는 문들을 빈민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에 이 영역은 실제로 '사회' 영역이 되었다.-175쪽

미국 혁명의 방향은 자유를 확립하고 지속적인 제도들을 설립하는데 집중되었다. ... 프랑스 혁명 과정은 전제정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절박성에 의해 결정되었다.-176쪽

혁명이 자유의 확립으로부터 고통받는 인간의 해방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자, 그 혁명은 인내의 장벽을 붕괴시켰고, 불행과 고통의 파괴력을 대신 해방시켰다.-200쪽

과거 혁명에 관한 전체 기록이 정치적 수단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는 테러를 초래한다는 것, 혁명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테러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하더라도, 혁명이 대량 빈곤의 조건 아래서 발생했을 때 이 숙명적 오류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이 봉기의 끝은 무기력이며, 그 원리는 분노이고, 그 의식적 목적은 자유가 아니라 생존과 행복이다.-201쪽

정치체의 권위가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은 곳에서는 혁명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 혁명은 정치적 권위 몰락의 결과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 확연히 보일 정도로 권위가 사라진 곳이라 하더라도, 정권의 붕괴에 대비하고, 동시에 집권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열렬하게 조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충분히 존재할 경우에만 혁명은 발발하고 성공할 수 있다. .. 함께 행동하는 사람 열 명이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 10만 명을 전율케 할 수 있다.-206쪽

사람들은 우월해지려는 욕망 때문에 세계를 사랑하게 되고 동등한 사람들의 무리를 수용하게 되며 공공 업무에 참여하게 된다.-211쪽

증오는 결코 혁명을 초래하지 못한다.-218쪽

전제정은 사적 복지를 반드시 박탈하지는 않더라도 공적 행복을 박탈했다. 반면 공화정은 모든 시민들에게 '국정 운영의 참여자'가 된 권리, 즉 행위로 드러나게 되는 권리를 인정했다.-225쪽

반란과 해방운동이 새롭게 획득한 정치적 자유를 헌법에 담지 못한다면, 반란과 해방보다 더 무익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241쪽

헌법은 정부의 행위가 아니라 정부를 구성하는 인민의 행위다.-245쪽

정부의 행위로 제정된 헌법과 인민의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제정한 헌법 사이에는 아주 명백한 차이가 있다.-247쪽

정치적 자유는 '나는 의지한다'에 있지 않고, '나는 할 수 있다'에 있으며, 그러기에 정치 영역이란 권력과 자유가 결합되는 방식으로 해석되고 구성되어야 한다.-252쪽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자신들을 결속시키는 상호 계약은 호혜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평등을 전제로 한다. ... 사회 또는 공동 결사다.-279쪽

상호계약에서는 권력이 약속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성되는데, 상호 계약은 핵심적으로 공화주의 원리와 연방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공화주의 원리에 따르면, 권력은 인민에 존재하며, 여기서 '상호 복종'은 통치자의 직위를 불합리하게 만든다. ... 연방원리, 즉 '공영체의 확장원리'에 따르면, 구성된 정치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상실하지 않은 채 연맹을 결합하고 지속시킨다. 마찬가지로, 정부에 권력을 양도하고 정부 지배에 동의하기를 요구하는 사회계약은 핵심적으로 절대적 지배의 원리,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권력의 절대적 독점원리, 그리고 국민적 원리를 포함한다. 국민적 원리에 따르며, 국민 전체를 위한 하나의 대표자가 있어야 하며 여기서 정부는 모든 국민의 의지를 통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281-282쪽

행위가 비록 개별적으로 시도되고 서로 매우 다른 동기에서 단일한 개개인에 의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행위는 어느 정도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데, 이 공동의 노력 속에서 개개인의 동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과거와 기원의 동질성, 즉 국민국가의 결정적 원리는 요구되지 않는다. 공동의 노력은 질뿐만 아니라 기원에서 차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동등화한다.-285쪽

권력은 인간들이 행위라는 목적 때문에 함께 관여하는 경우와 시기에만 존재하고, 어떠한 이유로든 이들이 흩어지고 서로 헤어질 때 소멸한다. 따라서 결속과 약속, 결합과 서약은 권력을 존재하게 하는 수단이다.-286쪽

행위는 인간들의 복수성을 요구하는 유일한 인간적 능력이다. ... 권력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에만 적용되는 유일한 인간적 속성이며, 인간들은 이 중간 공간을 통해 상호 연계되며, 정치 영역에서 최상의 인간적 능력이 될 수 있는 약속하기와 약속 준수를 통해 건국 행위에 결합한다.-287쪽

인민이 약속, 서약, 상호 맹세를 통해 함께 모이고 서로 결속할 때, 그 곳에만 권력이 존재했다. 호혜성과 상호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권력만이 실질적이고 정당한 권력이다.-296쪽

권력은 상호 약속을 통해 이미 결속했고 계약을 통해 구성한 조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유래했다. 물론, 이 권력은 혁명을 성공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영구적인 연합을 형성하기에 즉 새로운 권위를 정립하기에는 결코 충분치 않았다.-297쪽

권위는 일종의 필연적인 확장이며, 모든 개혁과 변동은 이러한 확장 덕택에 건국과 다시 연계되며 동시에 건국의 의미를 보강하고 증대시킨다.-322쪽

새로운 시작이 끝의 자동적인 결말이 아닌 것처럼 자유도 해방의 자동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혁명은 정확히 끝과 시작, '더이상아님'(과거)과 '아직아님'(미래) 사이의 전설적인 틈새에 존재한다.-326쪽

이익의 다수성과 의견의 다양성은 모두 '자유로운 정부'의 특성으로 간주되었다. ... 이익과 의견은 서로 완전히 다른 정치현상이다. ... 이익은 집단이익으로서만 적실성을 지니며, 그러한 집단이익의 정제를 위해서는 한 집단의 이익이 우연히 다수의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도 집단 이익의 부분적 성격이 모든 조건 아래서 보호되는 방식으로 변호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 의견들은 결코 집단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냉정하고 자유롭게 행사하는' 개개인에게 귀속된다. ...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공적으로 전환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만 의견들이 발생할 것이다 -354쪽

의견은 그것을 서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검증된다. ... 의견의 차이는 목적을 위해 선택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걸러져야만 조정될 수 있다.-355쪽

여론이 의견의 죽음인 것과 같이, 국민투표는 투표하고, 정부를 선정하며 통제할 시민들의 권리에 종지부를 찍는다. -356쪽

혁명은 국민에게 자유를 제공했지만, 이 자유가 행사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365쪽

평의회 체계가 전적으로 새로운 정부형태, 즉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성되고 조직화되었던 자유를 위한 새로운 공공영역...-384쪽

사적 개인에 의해 공권력을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공공 영역 자체 내에, 즉 그 경계선 내에서 행해진 각각의 행적을 드러내는 빛 속에, 그리고 공공영역이 자신의 영역에 진입한 모든 사람들을 노출시키는 바로 그 가시성에 있다.-387쪽

혁명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였고 자유가 출현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의 구성, 자유의 확립이라면 모든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하게 가시적인 공간인 구 단위의 기초 자치체가 실제로 대규모 공화국의 주요 목적이다.-390쪽

공적 권력에 참여하지 않고 몫을 보유하지 않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거나 자유로울 수 없다.-402쪽

민주주의는 소수가 적어도 가정상으로는 다수를 위해 지배하는 정부형태다. 이 정부는 대중적 복지와 사적 행복을 주요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다. 그러나 공적 행복과 공적 자유가 다시 소수의 특권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과두적이라 할 수 있다.-409쪽

정당과 달리 평의회는 언제나 혁명 기간 중에 등장했으며,행동과 질서의 자발적인 기관인 인민으로부터 발생했다.-410쪽

적극적 의미의 자유는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평등 자체는 결코 보편적으로 정당한 원리가 아니라 한계 내에서만, 심지어 공간적 한계 내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416쪽

'인민에 의한 인민의 정부'라는 공식을 '인민에서 배출된 엘리트에 의한 인민의 정부'라는 공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정당체제의 본질에 속한다.-417쪽

공적 행복의 향유와 공공업무에 대한 책임은 공적 자유에 대한 취미를 갖고 있고 그것 없이는 행복할 수 없는 사회 모든 분야의 소수의 몫이 된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평의회는 최선의 도구이며, 그들에게 공공영역에 적절한 위치를 보장해주는 것은 선한 정부의 임무이자 질서 잡힌 공화국의 징표다. ... '기초 자치체'의 자발적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사적 행복 이상의 것을 배려하고 있으며 세계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던 사람들만이 공화국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할 것이다.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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