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남아 있던 찜찜함이 막 밖으로 밀려나왔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중에 심홍아의 만화 '그들의 무지개'를 보면서였다.
그냥 저러면 안 되는데, 저건 위험한 발언인데 하는 마음이. 이거 정말 문제구나. 너무도 당연하게 다수가 소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이 사회는 문제가 많구나 하는 생각.
며칠 전에 텔레비전을 볼 때 사회자가 다음부터는 키스 장면을 연출하려면 머리를 기르고 나오라고, 앞에서 보면 몰라도 뒤에서는 구분이 안된다고, 우리 프로에 나오려면 머리를 길러야 한다고 농담식으로 말을 했다.
순간, 저 발언 위험한데,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발언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키스는 이성끼리 해야 하며, 여자는 특히 머리가 길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지 않은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데, 우선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여자로 쉽게 인식된다는 생각은, 남자와 여자의 겉모습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남자는 머리가 길면 안 되나? 여자는 머리가 짧으면 안 되나? 머리 짧은 여자는 남성적인 여자고, 머리 긴 남자는 여성적인 남자인가?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가 길든 짧든 그건 상관없는 일 아니던가.
공적인 방송에서 그렇게 발언하면 상당히 문제가 될텐데... 하는 마음이었는데...
두 번째는 동성애자들을 폄하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발언을 내가 곡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 사람은 남자임에 분명하고, 한 사람은 머리가 짧은 여자였는데, 머리를 길러야 뒤에서 봐도 여자임을 알 수 있다고 하면 키스는 이성애자들끼리 해야 정상이고, 나머지는 이상하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 아닌가?
동성애가 분명 죄가 아니고,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일도 아님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깨우쳐가고 있는데...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모습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는데...
그냥 스치고 지나갔던 생각들이 심홍아의 만화를 보면서 머리 속을, 마음 속을 비집고 나와 버렸다.
나는 작은 차이를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뭉개버리면서 소수자의 인권을 무의식 중에 침해하지 않았는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졌다.
머리 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다른데, 그간 내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방송과, 이 만화가. 
독일의 성교육 책은 동성애도 다뤄주고 있는데...그 책 제목이 남들에게 얘기하기 민망한데, 번역을 돌려서 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 읽으면 좋은 책이다. 제목에 굳이 자체검열이 되는 모습 또한 문제일테니... 이 책 제목은 섹스북이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싶다면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을 읽자.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