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 대한민국 복지국가 논쟁 미래 논쟁집 2
이창곤 쓰고 엮음, 신광영 감수 / 밈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윌리엄 코퍼스웨이트가 쓴 "핸드메이드 라이프"라는 책을 참 감명깊게 읽었다. 아니 감명깊었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보다는 행복한 삶이란, 진정한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읽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이 책에서 디자인이란 말이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예술가들이 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완벽한 모양을 얻기 위한 의식적인 행위'를 디자인이라고 하고, 이 디자인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서 작용한다고 한다. 그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미래의 세상을 디자인 하는 일에 참여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자각하게 될 때, 그리하여 자신들의 노력이 정말 환영받고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훌륭한 디자인은 연장이나 그릇이나 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 친구,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을 고르는 일 등에 다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훌륭한 디자인을 가족, 공동체, 학교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런 생각을 더 밀고 나가 그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나는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나라를 디자인하는데 우리도 참여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나라가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에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고, 우리 삶을 규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정치인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정책을 펴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라를 디자인하는 일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나라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하는 국가, 그런 국가를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 논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정치인들도, 정당들도 나름대로 복지국가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이를 나라를 디자인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 하더라도 내 생각과 맞는 정책을 어느 정당이 내놓는지를 살피고, 그 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나라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 속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당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내놓고 집권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싿. 

복지국가를 아파트 단지 건설로 치환을 하고 생각을 해 보면 각 정당들이 내놓는 복지국가의 모습은 아파트 건설현장에 있는 조감도라 할 수 있다. 조감도, 얼마나 멋있게 그려져 있는가. 완공된 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게 잘 나타나 있다. 이 조감도를 보면 이 아파트가 어떻게 건설될지를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그래서 첫째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진보정당들은(우선은 진보정당으로 한정한다. 복지국가 담론이 진보 진영에서 먼저 시작했고, 보수 쪽의 복지국가 담론보다는 진보 진영의 복지국가 담론이 더 내 맘에 들기 때문이고, 이 책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지국가에 대한 조감도를 잘 그려낼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들은 세세한 정강들을 살피기 보다는 우선 한 눈에 들어오는 정책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감도만으로 아파트가 건설될 수 없다. 조감도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뿐 어떻게 완성이 될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조감도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 설계도가 없으면 건설은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둘째, 조감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 설계도는 의료, 교육, 노동, 육아, 노령사회, 여성, 장애인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고민한 결과물이 구체적인 정책들로 나타나야 한다. 이런 정책들은 과거 정부의 복지정책들을 참조로, 또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조로 해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면에서 스웨덴의 예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의 복지정책을 분석하고 있다. 이 정책들의 공과를 철저히 검증해서 현재에 맞는 설계도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설계도에 따라 이제는 내부 인테리어도 필요하다. 인테리어를 할 때도 역시 계획이 필요한데, 생필품, 사치품의 구분이 필요하다. 복지국가에서는 생필품에 해당하는 것들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생필품이고 사치품인가? 여기서 진보 진영의 세 번째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인테리어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것은 많은 논의와 논쟁을 거쳐서 결정이 되어야 하는데, 인간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확정하는 것, 이 것이 두 번째 설계도를 더욱 더 정치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제 조감도-설계도-인테리어 고민까지 했으면 계획은 다 섰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실행이 안 된다. 누가, 언제, 어떻게 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실행할 주체가 서야 한다. 건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시공사가 있고, 감리사가 있고, 시공사는 언제까지, 누구와 어떻게 공사를 하는 등등의 일들을 결정하지 않는가. 복지 국가를 추구하는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로는 누가 ,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진보 정당들의 대연합을 통해서,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짜피 지금의 현실에서는 국가는 정당들의 정책들을 통해서 운영이 되므로, 주체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어떤 정당이냐, 진보 정당이어야 한다. 어떤 진보 정당? 여기서 이 책은 큰 틀에서 같은 목표를 지닌 정당들이 진보 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보수 정당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은 세수의 투명성, 세수 조정, 부패 척결, 공공성의 증대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노동자, 농민들의 단체, 시민 단체들의 지지도 끌어내야 한다.  

이런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파트 건설에서도 홍보가 중요하듯이 진보 정당들도 홍보가 중요하다. 자신들의 정책을 아무리 잘 세웠어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홍보를 잘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서, 기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자신들의 정책이 국민들의 행복을 이끌어 준다는 홍보를 해야 하고, 여론을 형성해 내야 한다. 이러한 홍보를 통해서 많은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이 지지가 나중에 정책을 실현하는데 든든한 힘으로 작용할 테니까.

이 책 제목이 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이지만, 내용은 어떤 복지국가라기 보다는 복지국가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의 사례,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복지국가론 비교를 통해 맨 마지막 장의 제목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향하여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자가 자신의 생각과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하고, 또 직접 인용하기도 해서, 내용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한 조감도-설계도-인테리어-홍보의 과정이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도 이 책은 시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감도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설계도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이 책을 읽은 뒤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참고 서적들을 참조해야겠지.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우리도 복지국가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데 있다. 아니 참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데 있다. 정치는 정치인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는 활동이다. 참여하기 위해서 알아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내가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이 책을 읽으며 밑그림을 한 번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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