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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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노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에서 이런 가사가 있다. '이름 없는 꽃들 다 이름을 얻고'라는...


이 소설 제목을 보자 이 노래 가사가 떠올랐는데, 이름 없는 것들의 밤에서 '이름 없는'이라는 말과 '밤'이라는 말이 힘든, 어려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등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설에서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은 말 그대로 힘든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삶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그런 삶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말이지 않을까 했다.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첫소설 제목을 보고서는 어, 어디서 본 소설인데, 아니 내가 읽은 소설인데 했다. 읽으면서 역시 읽은 소설이야 했는데, 이 소설은 짧은 소설로 먼저 출간이 되었다. 그러니 이 소설을 시작으로 연관된 내용의 소설 두 편이 묶여 이 소설집을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흡혈인, 인조인간, 인간, 기계 등이 등장하는데, 이름 없는 것에 이들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흡혈인과 인간 마리카, 그리고 인조인간 빌리가 등장하는데, 인조인간이 빌리라는 이름을 얻고 기계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흡혈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간의 피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기계에 종속된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두번째 소설에서는 인간 마리카의 이야기다. 아니 인조인간 마리카의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처음 읽으면서는 앞 부분에서 잠깐 언급된 마리카의 삶을 두 번째 소설에서 펼치고 있구나 했는데, 읽으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마리카가 생각하는 자신이 자신이 아닐 수도 있음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기계에서 이용당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마리카는 자신이 기계 또는 기계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과거의 의식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의식이 과연 인간일까? 그런 의식으로 인해 다른 존재에게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마리카는 그렇게 기계를 위한 첩자 역할을 하게 되고, 여기에 기계로 인해 아이를 낳는 기계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세 번째 소설에서는 이런 마리카의 아이라고 하는 존재가 흡혈인 앞에 나타난다. 그런 그에게 흡혈인은 '모르다'는 뜻을 지닌 '네빔'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네빔과 흡혈인 또다른 인간들, 그리고 인조인간들이 모두 나와 기계에 저항하는 장면.


그렇다고 기계에 승리하는 장면으로 끝맺지 않는다. 그런 행복한 결말을 내기에 지금 세상은 불확실하다. 우리는 이 소설에 나오는 기계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으니.


그것들이 일으킬 부작용을 생각하기보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로움만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러한 이로움만을 추구하다가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어쩌면 기계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수록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갈지도 모르는데...


그러면서 이러한 기계 시대에 소외되는 존재들의 문제에 대해서 눈 감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 말하듯이 끝까지 저항하는 존재들은 소수자들이다. 기존 사회에서 특권을 누리던 존재들이 아니다. 특권을 누리던 존재들은 기계 시대에도 자신들의 특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기계에 협조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존재들,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들은 그러한 기계 시대에도 역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계속 이름 없는 것들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가지려고 할 수록 탄압은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밤'에 살던 사람들... '밤'에 묻혀 영원히 이름 없는 것들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들은 이름을 가져야 한다. 당당한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서 '밤'이 아닌 '낮'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에서 그들은 '악마'로 분류되어도 된다.


이 소설의 끝에서 "우리는 모두 악마에게서 왔다'(286쪽)는 말이 이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 소설집이 좋은 이유는 재미있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 싶어진다. 흥미진진한 소설. 그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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