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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재미 있는 기획이다. 근대와 현대 미술을 이어서 감상하게 하다니... 이 책에 실린 기획 의도를 미술관에서 전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겠지만.
예술은 독창적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박지원이 이야기했듯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이거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통하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다.
그러니 근대 미술과 현대 미술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예술 사조 역시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추구한 것이니. 이런 예술의 흐름과 별도로 개별적인 작가들에게서 연결점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술가들끼리는 비슷해지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고. 물론 오마주라고 그 작가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영향을 받더라도 자신의 작품에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드러나더라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화풍이나 색감, 주제 등에서 영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작가 자신이 직접 밝힌 경우다. 전혀 교류가 없던 작가들에게서 연결성을 찾아내어 비교하면서 작품을 설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일 대 일로 대응시킨 경우는 더더욱.
그래서 이 책에는 근대 작가 한 명과 현대 작가 한 명을 비교하면서 설명하고, 현대 작가에게 질문하고 받은 내용이 실려 있다. 그 질문 중에 제일 먼저 나오는 질문이 '이 기획을 통해 근대 작가와 연결되었는데, 이 연결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함께 소개된 작가 000을 알고 있는지, 글에서처럼 본인의 작업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되는지 궁금하다'이다.
이렇게 24개의 주제로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엮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에 현대 작가의 인터뷰가 없는 부분이 몇 부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현대 작가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받은 내용도 실려 있어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한 부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한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박서보' 작가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고 있어서 근대 작가 박서보와 현대 작가 박서보로 설명하고 있다.
많은 현대 작가들이 자신과 비교되는 근대 작가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획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서로 연결되기 힘든 작가들을 연결하는 저자의 미술을 보는 눈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전혀 다른 시대, 다른 경향을 지닌 작품 속에서도 연결성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삶 아니겠는가. 늘 같은 듯이 살아가지만 꼭같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가듯이, 또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듯이, 그렇게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 사이에서 찾아낼 수 있는 연결점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것. 미술을 감상하는 또다른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도 그림 설명 속에 녹여내고 있다. 즉 그림이 우리의 삶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점이 이 책을 읽는데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작가들, 사실 근대 작가 중에는 처음 이름을 듣는 작가도 있으니, 그러한 작가들의 작품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었다는 점, 비교하는 작품 두 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보여주고 있어서, 작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좋은 책이다.
결국 미술은 작가 개인의 독창성이 발현되는 것이지만 작가가 살아온 사회를 벗어날 수 없고, 작가가 존재하기까지의 역사가 작품 속에서 들어가게 된다는 것, 이렇게 근대 미술과 현대 미술은 연결이 된다는 것. 우리의 삶이 계속 연결되어 유지되듯이, 미술도 이렇게 연결되어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