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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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인사말은 안녕하지 않은 시대에, 상대의 안녕을 바라면서 건네는 말이다.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예전에 "밤 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있었겠는가?


그러니,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노동자들은 성과금으로 수억 원을 받기도 한다는데, 그러한 노동자들이 언론을 장식할 때 그들에 가려진 더 많은 노동자들은 과연 안녕할까?


노동자들이 안녕하지 않은 세상,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법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일터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런 세상에서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이라는 인사말처럼... 정말, 모두가 안녕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하고, 이러한 비정규직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있으니, 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녕하지 못하다.


소년공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가려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파업을 하는 순간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선진국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그들에게 법은 어떠한가? 약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강자를 위한 법 아닌가.


심지어 대형 로펌들이 변호하는 존재는 강한 자, 있는 자이고, 그들은 절대로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법에 호소하는 순간, 노동자들은 대형 로펌, 즉 승소할 가능성이 많은 대형 로펌의 변호를 받지 못하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공익을 추구하는 변호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대형 로펌에 변호를 의뢰할 돈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한데... 반면 기업은 이러한 대형 로펌에 의뢰할 자금이 있으니... 노동관련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처럼 다윗이 이기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는 골리앗이 이기는 현실이다.


물론 능력 면에서 공익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에 뒤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더 열심히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신들의 능력까지도 기꺼이 내놓는다. 오히려 이들이 더 능력이 있고,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열정을 가지고 재판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한국 사회의 문제인 학연, 지연에 전관예우라는(법으로 전관예우를 금지한다고 하지만, 전관예우라 하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예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형 로펌에는 고위직 법조인들이, 또는 관련자들-대기업 임원, 장-차관, 유명 경제학자(경제관료), 경찰 간부 등등이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것 때문에 이들의 노력이 정당한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과 재능, 노력을 내놓는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들이 있어 안녕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안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노동자들을 위한 변호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총 11개의 노동자가 관련된 사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어떤 노동자들의 사건인지 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 핸드폰 판매노동자, 방송국 비정규직 PD, 국가정보원 전산사식 분야 여성노동자, 택시기사, 파견노동자, 현장실습생, 골프장 캐디,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형사 사건, 노동자 손해가압류 사건 등이다. 


이렇게 약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존재들이 있음을, 때로는 법이 이러한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음이 나타나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 중에서 노동자들 편이 승리한 경우도 있지만 재판에서 진 경우, 또는 재판을 포기한 경우도 나오고 있다.


재판, 쉽게 말하면 정의를 추구하는 이 과정이 노동자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돈도 돈이지만 엄청나게 길어지는 재판 기간으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먹고살 문제 앞에서 재판까지 가기는 많이 힘들다.


이 책의 저자처럼 무료 변론을 해주겠다고 해도, 재판은 노동자에게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거기서 진이 다 빠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힘든 과정을 인지하면서도 재판까지 가는 이유는, 노동자 자신의 안녕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모두의 안녕을 바라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두의 싸움이 되고, 그 과정과 결과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힘들지만 재판까지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 함께하는 변호사. 소중한 존재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변호사가 비단 이 책의 저자인 윤지영 변호사만이 아니라 많이 있음을, 윤지영 변호사가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변호사들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도 노동자를 위한 변호가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 법을 통해 살아가는 변호사들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노동자들이 승리한 재판 역시 자신의 혼자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변호사-노무사-노동자-언론-그리고 노동자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된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으며 법조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법(法)이라는 한자어가 물이 간다는 말이 합쳐진 말이라면,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것,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곧 법의 정의라는 것을 의미할 텐데...


그렇다면 법조인은 이렇게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돕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즉 물의 흐름을 막는 것들을 치우는 존재, 그런 존재가 바로 법조인이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조인은 그런 존재였던가?


어쩌면 지금까지의 법조인은 (윤지영 변호사와 같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고 이들은 예외라 할 수 있지만, 대체로 대형 로펌을 비롯해, 정치 검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약자가 아니라 강자의 편에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주로 지칭한다) 물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하거나 막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검사들의 모습, 또 재판장의 모습 속에서 그러한 존재들을 발견하고는, 물의 흐름을 막는 이러한 법조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법조 개혁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는데...


여전히 한국의 노동자들이 안녕하지 못한 현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 이제 사람이 아니라 사회분위기로 또 제도로 노동자들이 안녕할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이다.


저자의 이 말이 실현되는 한국이라면 정말 노동자들이 안녕한 세상이지 싶다.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 일하다 죽음에 내몰리지 않는 세상, 헌법에 있는 권리를 누구나 누리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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