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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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 꼭 읽어야지 하는 작가가 있다. 그간 읽어온 책들에서 작가에 대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내 저금통에 돈이 쌓인 것 만큼 기쁘다. 내가 넉넉해진 것 같은 느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저금통에는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돈을 모아놓는다. 그리고 그 돈은 쓰지 않아도 나를 든든하게 해준다.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아도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생각에,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즐거운 기다림 또는 기대를 늘 지니고 있게 되니까.


이 작가의 책이 나왔네.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 이번엔 어떤 내용일까 하는 기대. 은유 작가의 이번 인터뷰집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역시 할 수밖에 없었다.


'생업'


살기 위해서 하는 일. 그런데 '생업(生業)'이라는 말은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 그래서 '생업'이라고 하면 힘듦과 어쩔 수 없음이라는 말이 함께 따라온다는 생각을 한다.


생업에 종사하다라는 말은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하다라고 이해하고, 이때 방점을 일을 하다에 찍지 않고 먹고살기 위해에 찍는다. 그래서 생업이라는 말은 즐거움보다는 해야만 한다는 당위에, 힘듦과 함께한다고 여기게 된다.


어차피 삶은 즐거움만으로 차 있지 않으니, 즐거움이 즐거움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힘듦, 싫음도 있어야 하니까,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기에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사람들, 생업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생업은 먹고살기 위한 일을 넘어서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살리는 일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살리는 일, 그것이 바로 그들의 생업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을 한 사람이 바로 은유 작가다.


은유 작가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면, 이 책의 끝부분에는 그러한 은유 작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글이 실려 있다. 그 중에 '책이 쌓일수록 은유는 그간 만난 사람과 써논 들을 배신하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해졌다'(301쪽)는 말과 '삶이 먼저고 쓰기는 그다음이다. 세상과 부딪쳐야 느끼고 배우는 게 있고, 쓸 것도 있다. '산다'가 앞에 있어야 해요.'(302쪽)는 말, 그리고 '사람들의 품이 넓어지는 글, 세상이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글인가가 기준이에요'(303쪽)라는 은유 작가의 말이 마음에 다가온다.


맨 앞의 문장은 언행일치나 지행일치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삶을 배신하지 않는, 그들과 함께한 글을 배신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결심, 또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문장처럼 본인 역시 세상과 부딪치지만, 세상과 부딪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쓰기라는 것, '쓰기'가 '삶'이 되게 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세를 지닌 작가, 당연히 그의 글은 사람들의 품이 넓어지게 하고, 세상이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리들의 마음의 문도 어느 정도 열리고, 통도 조금씩 조금씩 커지게 된다. 또 그건 내 일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옅어지게 된다.


이런 은유 작가의 마음이 이 책에도 오롯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들이 자신들의 생업을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하는 일로 여기고 또 그렇게 하는 모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는 책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6411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다.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가 좋아지는데 한몫을 하는 당당한 주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많은 사람들, 소위 '그림자 노동'이라고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소중함, 그리고 그들이 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들, 또 일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살리는 모습을 이 책에 나온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하여 이들의 '생업'은 힘든 일이지만, 이들의 힘듦은 곧 다른 사람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일을 받아들이고 또 당당하게 하려 한다. 그 일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그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생업'은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을 넘어선 일이고, 힘듦보다는 보람을 느끼는 일이 된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을 모두 언급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좋아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몇몇 분들을 언급하면 (이름은 생략하고, 그들이 하는 일, 소위 생업을 이야기하면) 급식노동자, 청년 농부, 우리밥연대 요리사, 배달노동자, 독립 연구 활동가, 산업재해 노동자 부인, 싱어송 라이터, 타투이스트, 요양보호사, 청소노동자 등등이다. 


모두들, 자신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책을 읽고 주변을 살펴보자. 이렇게 '생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은 자신만의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해서 살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그런 우리도 바로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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